아프리카 이주민 출신의 이탈리아 하원의원이 진흙이 잔뜩 묻은 장화를 신고 첫 출근을 했다.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의회 개원 첫날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난 아부바카르 수마호로(42) 하원의원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지난달 25일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뽑힌 하원의원 400명 가운데 유일한 흑인 당선자로, 반이민 극우 세력이 장악한 이번 총선에서 녹색 좌파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1999년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온 그는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눈뜨고 노동운동가로 성장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탈리아 남부의 농촌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애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선거 기간 내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 등 극우 세력의 반이민·반난민 정책을 비판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노동운동가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첫 출근에 구두 대신 장화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마호로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착취당하고 굶주리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그들의 바람, 희망을 대변하기 위해 장화를 신었다"면서 "현실의 진창에 발을 담그고 정신은 희망의 하늘을 향할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어떤 여권을 소지하든 누구나 인간으로 대접받아야 한다"면서 "차기 정보의 반이민 정책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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