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카톡)이 '먹통'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2010년 출시 이래 최장 기간 서비스 오류 사태로 이용자들이 라인, 텔레그램 등 경쟁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감지된다. 이번 사태는 카톡의 최근 잦아진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자칫 급격한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톡 못 쓰겠다"…오류 잦아지자 이용자 '분노'
16일 업계에 따르면 카톡은 전날 오후 3시30분부터 이날 오전 1시30분까지 약 10시간 먹통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4일 카톡 서비스 오류 이후 11일 만에 또 다시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카톡 서비스 원상복구에 늦어지는 데다 메시지 수·발신이 원활하지 않아 이용자들 불만이 고조됐다. 카톡 서비스는 올해 들어서만 4차례(2월·7월·9월·10월) 장애가 발생했다.
카톡은 이미 지난해 5월과 7월에도 각각 2시간30분, 1시간45분가량 서비스가 장애를 빚은 바 있다. 전날 카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카카오내비, 포털 다음 등 다수 계열사 서비스도 동시에 중단돼 이용자 원성이 컸다. 특히 이번 서비스 장애는 카톡 이용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는 주말 오후 황금시간대에 오랜 시간 발생해 타격이 크다.
한 이용자는 "작은 중소기업도 예비 서버가 있는데 도대체 몇 년 동안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다른 메신저를 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답답해서 라인을 새로 깔았다. (오류로) 불편해서 앞으로 카톡을 어떻게 쓰겠냐"고 했다.
최근 발생한 카톡 서비스 장애는 짧게는 10여분간, 길어도 대부분 2~3시간 만에 복구됐기 때문에 최장 기간 오류가 발생한 이번 사태에 비판이 더욱 커졌다.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발생한 화재로 카톡은 돌이키기 힘든 오명을 남긴 셈이다.
계열사도 줄줄이 타격…라인·텔레그램 1, 2위 '급상승'
경쟁사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서비스 오류 이후 네이버 라인과 텔레그램, SK텔레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의 중개택시앱 우티(UT) 등을 찾는 이들이 급증했다. 일부 경쟁사는 이 틈을 타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라인은 전날 네이버 모바일 앱 첫 화면 검색창 하단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끊기지 않는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보냈다. 이 문구를 누르면 앱 다운로드 페이지가 나온다. 우티는 이날 택시 기사들에게 "현재 10월15일 19시 타 택시호출 서비스 오류로 택시 호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인센티브 프로모션을 안내했다.
실제 라인과 텔레그램 메신저 앱 등을 다운로드하는 이들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16일 자정 전후로 애플 앱스토어에 소셜 네트워킹 카테고리 인기차트에서 라인 메신저는 카톡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어 텔레그램과 카톡이 각각 2, 3위로 뒤를 이었다.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 연쇄 먹통으로 관련 앱들 역시 '대체재'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같은 시간 앱스토어 전체 무료앱 다운로드 순위에는 네이버 지도가 1위에 올랐고 2위 라인 메신저, 3위 우티 등이 자리했다. 티맵·타다·티머니GO·티머니onda·i.M(아이.엠) 등이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대부분 전날 서비스 먹통이 된 지도, 택시중개, 메신저 등 분야의 앱이다.
다만 네이버는 이번 카카오톡 장애를 홍보 기회로 삼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에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메신저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많아질 것을 기대하고 광고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라인 서비스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메인 서비스 서버를 춘천에 자리한 자체 데이터센터에 두고 일부 서비스 서버를 판교 등에 분산했다. 이로 인해 서비스 장애가 카카오만큼 전방위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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