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들이 출자한 배터리 합작법인 ACC(오토모티브셀컴퍼니)의 얀 뱅상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뱅상 CEO는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로부터 장비와 소재 등을 공급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ACC는 유럽 완성차업체 메르세데스벤츠와 스텔란티스, 프랑스 화학기업 토탈의 배터리 자회사 사프트가 2020년 각각 지분 33.3%를 투자해 만든 ‘배터리 연합군’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에 미래 산업인 배터리의 주도권을 뺏겨선 안 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출범했다. 프랑스 8억4600만유로(약 1조1700억원), 독일 4억3700만유로(약 6000억원) 등 각국 정부가 지원금을 보탰고, 이탈리아 정부도 지원 규모를 협의 중이다.
ACC는 프랑스에 있는 연 8GWh 규모 배터리 공장에서 내년 말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하이니켈 배터리인 NCM811(니켈 코발트 망간)을 각형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와 형태가 비슷하다. 이후엔 연 15GWh로 생산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독일, 이탈리아에도 공장을 세워 2030년까지 연 120GWh를 채울 예정이다. 기존 배터리 업체들보다 양산 규모가 작지만, 주요 글로벌 기업의 합작사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3박4일 방한 기간 배터리 소재 및 장비업체 10여 곳을 차례로 만났다. 하루에 3~4곳씩 미팅을 이어가는 강행군이었다. 뱅상 CEO는 “에코프로비엠, LG화학 등을 만나 배터리 소재 공급을 논의했다”며 “장비 업체 중에서는 피엔티, 티에스아이에 납품을 요청했고 엠오티, 엠플러스, 하나기술과도 협업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금은 중국 장비업체 비중이 높은데,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분산하기 위해 한국 업체와 협력을 늘리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는 청정에너지인 원전 비중이 높아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프랑스 공장의 전기료가 더 저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ACC에는 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연구개발(R&D)과 양산개발 분야 직원이 400명이다. 한국인 직원은 8명이다. 뱅상 CEO는 “유럽에서는 배터리 전문가를 더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의 배터리 인재를 더 많이 채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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