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지희 씨(39)는 지난 15일 하루 장사를 망쳤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카카오톡을 통해서만 꽃 주문 예약을 받은 게 화근이 됐다. 카톡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오후 예약을 받지 못한 것이다. 사전 예약 손님 절반은 카톡 먹통을 핑계 삼아 ‘노쇼’를 했다. 김씨는 평소 하루 매출의 3분의 1도 벌지 못했다. 카카오톡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부터 다음날 새벽 1시30분까지 10시간이나 예고 없이 멈춰 섰다.
‘카톡 먹통 사태’로 대한민국의 토요일 오후가 마비됐다. 주말 대목을 기대했던 온라인 판매는 물론 택시호출, 암호화폐 거래 등 카카오 플랫폼으로 운영되는 여러 일상 활동이 올스톱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양씨는 “나이가 들어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플랫폼 하나에 기대는 정도가 크다”며 “카카오T 서비스를 사용하기까지도 오래 걸렸는데 찰나에 다른 서비스를 사용할 엄두가 안 났다”고 말했다.
정부 행정 서비스도 멈춰 섰다. 지승우 씨(33)는 연금보험료 납부 내역, 예상연금월액 등이 기재된 국민연금 전자문서를 이날 열람하지 못했다. 지씨는 “전날인 14일 전자문서를 받았고 열람 가능 기간이 언제까지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답답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 등 카카오 기반 금융 서비스도 먹통사태를 피하지 못해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피해’가 예상된다. 카카오톡 인증이 막혀 매매나 입출금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과 연동된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도 실명 인증이 작동하지 않아 송금, 이체 등 서비스에 커다란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페이 역시 카카오T 등 일부 가맹점 결제와 카톡송금 서비스 등에서 작동을 멈췄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톡 알림톡 등에 기반한 실명 확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회원가입, 간편이체, 모임통장 친구 초대, 비상금대출 등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도 로그인이 막히면서 고객 손실이 불가피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그동안 카카오톡을 이용한 로그인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자동로그인 기능을 이용하지 않던 투자자들은 매매 자체가 불가능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로그인 인증 수단을 오는 31일부터 자체 로그인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라며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보상 계획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외 다른 플랫폼 업체들은 정부의 기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플랫폼 사업자 전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구민기/이광식/박진우/이승우 기자 koo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