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2-10-17 16:14   수정 2022-10-17 16:15

말레이반도 최남단엔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가 있다. 1965년 말레이연방에서 독립할 때 국민소득은 500달러에 불과했고 민족 간 분쟁까지 발생한 암울한 상황이었다. 반세기 지난 지금은 상전벽해다. 사업하기 좋은 나라 2위(월드뱅크 2020), 국가경쟁력 3위(IMD 2022), 국제금융지수 3위(블룸버그 2022), 1인당 국민소득 8위(IMF 2021)를 차지했다. 리콴유 초대 총리의 리더십, 중국계 이민자의 상업 정신, 영국과 선진국 영향을 받은 투명한 제도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싱가포르는 개방 국가로서의 이점을 상실할 것이란 우려가 상당했다. 하지만 국경 재개방 조치 등 과감한 정책으로 경기 회복 및 교역 증가를 이뤄내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다. 연초부터 박람회와 포럼 등 국제행사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으며, 2019년 이후 중단됐던 ‘F1 자동차 경주대회’도 재개했다. 짧은 기간에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저력은 부러움을 산다. 지금은 실리콘밸리의 혁신, 런던과 뉴욕의 금융, 휴스턴의 오일허브, 로마의 관광 등 세계적 도시들의 장점을 두루 갖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역경을 극복하고 선진국이 됐다는 점에서 한국과 싱가포르는 닮았다. 최근 양국 간 교역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는 교류도 활발하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싱가포르 수출은 141억달러, 수입은 100억달러로 10위권 교역국이다. 주요 교역 품목은 반도체, 석유 및 화학, 선박기자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화장품 식품 생활소비재 등 한류 관련 제품도 많이 팔린다. 우리 수출 기업은 연간 9000여 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싱가포르를 지렛대 삼아 동남아 대양주로 진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신에너지, 신유통,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등에서 동남아 진출의 관문이자 시범사업 기지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눈길을 끈다. 서빙 로봇개발 스타트업 B사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태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의 식당을 수요처로 삼아 파트너를 발굴하고 있다. KOTRA 현지 무역관들과 협업해 현지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발굴 중이다.

중견 엔지니어링 S사의 야심 찬 도전도 눈길을 끈다. 대기업도 어려운 건설 프로젝트 시장에서 안전성과 기술력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선진 시장인 싱가포르에서 검증받은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 인근 국가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유아용품 D사도 있다. 지난 4월 무역사절단에 참가해 무역관이 주선한 바이어로부터 오더를 받았다. 싱가포르는 시장 규모가 작지만 동남아 인근 고소득 관광객의 유입이 잦다. 이곳에 안정적으로 진출한 후 인근 국가로 진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최근엔 싱가포르 기업과 자본의 한국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기준 싱가포르는 한국의 3위 투자 유치 국가로 부상했다. 데이터센터, 콘텐츠, 물류센터, 친환경 등에 대한 직접투자와 스타트업 펀드 간접투자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글로벌 기술력과 서비스 역량을 갖춘 더 많은 우리 기업이 싱가포르에 진출하고 이를 발판 삼아 드넓은 동남아 시장으로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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