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매출을 1000만원 날렸어요. 토요일이 가게 장사가 제일 잘 되는 날인데 장사 다 망쳤습니다. 일요일까지 이틀간 주문도, 배달도 먹통이라서 열불 나 죽겠어요."
서울 강남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지난 15일 일어난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지난 주말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토요일 오픈한 지 3시간 밖에 안됐는데 갑자기 콜이 끊기고 가게가 조용해졌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어플이 카카오 계정으로 연동돼서 그런지 주문도 거의 안 들어오고 배달업체도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배달업체의 경우 가게 배달 접수를 받을 때 카카오 지도를 통해 배달거리를 계산하고 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스템 먹통으로 기사들이 플랫폼을 이용할 수 없어 큰 불편을 겪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의 먹통으로 소통의 불편을 넘어 사회·경제적 활동까지 마비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메신저 기능에 이어 다음(포털)·카카오톡 선물하기(쇼핑)·카카오페이(금융)·카카오T(교통)·카카오맵(지도)·카카오게임즈(게임), 멜론 등 생활 전반에 침투한 서비스들이 주말에 오류가 나면서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카카오 채널을 통해 주문과 상담을 하는 반찬가게 사장 이모 씨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한 주간 주문을 한꺼번에 받는데 갑자기 주문이 끊겨 이상했다. 카카오톡 오류가 발생한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공지하고 문자로 예약을 받았는데 평소보다 주문이 30%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카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자영업자의 경우 타격이 더 컸다. 선물하기 단일 창구를 통해 영업을 하기 때문에 주문도 받지 못하고 기존 예약도 확인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윤모 씨는 "주말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도대체 어떻게 보상해줄 것이냐"라고 토로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기프티콘도 사용도 어려워지면서 곳곳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많았다. 한 이용자는 "케이크를 주문하고 쿠폰을 쓰려 했는데 바코드 스캔이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생일 때 쓰려고 남겨놓은 쿠폰인데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카카오T로 영업하는 택시·대리기사들도 타격이 컸다. 서비스 오류가 나는 시간 동안 택시 기사들은 한동안 손님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님들도 택시를 잡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특히 서비스 오류 기간 서울과 부산에서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BTS) 대형 콘서트가 진행돼 공연장 인근을 찾은 팬들이 진을 빼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16일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블랙핑크 공연을 찾은 윤지혜 씨는 "서울이 처음이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편하게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했다. 시간이 지체돼 공연 전 부스 체험도 거의 못하고 줄만 길게 서게 돼 속상하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T에서 서비스 중인 킥보드 서비스 반납이 이뤄지지 않아 "(킥보드) 요금만 50만원 돌파했다. 누가 타고 갔는지 옆 앞쪽에 있다. 환불받을 수 있겠냐"는 글을 적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하게 "스쿠터 종료가 안 된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카카오T앱에 접속해 '이용종료' 버튼을 눌러야 반납이 가능하고, 이용 시간만큼 요금이 과금되는데 앱 '먹통'으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상 소통 기능에서 어려움을 호소한 경우도 많았다. 10월 성수기 결혼식장을 방문한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16일 잠실 한 예식장을 찾은 김종현 씨는 "결혼식장 위치를 확인하려고 지인에게 위치 지도 파일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자꾸 오류가 나서 결국 통화로 내용을 전달받아 식장에 제때 도착할 수 있었다"며 "정신 없었던 하루였다"고 전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행 중인 한국 여행객들도 불편을 겪었다. 현지 한인 투어를 이용하는데 픽업·일정 조율 등을 모두 카카오톡으로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 여행 중인 50대 최모 씨는 "루브르 박물관 투어 집합지에서 인솔자를 못찾아 한국에 있는 딸에게 문자를 보내고 딸이 또 여행사에 연락해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 다시 우리 부부에게 알려줬다"며 "30분 동안 로밍 전화로 위치 파악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카카오톡 로그인을 이용하는 금융거래 서비스 이용자들 역시 불만이 컸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이용 중인 한 가입자는 "카카오 로그인 오류 공지를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동로그인이 풀려버려 당황했다"며 "강제 존버(강제로 버틴다)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하루가 10년 같았다"고 털어놨다. 일부 이용자들은 서비스 오류 기간 보유 코인이 하락해 수백만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는 글도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이 외에도 카카오게임즈, 웹툰, 멜론 등 각종 카카오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던 이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멜론은 16일 기준으로 멜론 이용권을 보유한 가입자의 이용권 사용 기간을 3일간 연장하기로 했다. 카카오웹툰은 추가 공지를 통해 사례별 보상 시점을 안내할 계획이며 카카오모빌리티도 현재 보상안을 논의 중이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빚어진지 약 43시간이 지난 17일 오전 10시30분 기준 카카오톡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전송하기 등을 비롯해 계열사 서비스 주요 기능은 대부분 정상화됐다. 다만 대용량 파일 등을 송수신할 때 일부 속도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톡뿐 아니라 포털 사이트 '다음'과 카카오맵, 카카오T, 카카오픽코마 등 카카오 주요 서비스 13개 중 8개도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주요 기능이 서비스되고 있다.
나머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웹툰, 지그재그 등 4개 서비스는 정상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와 함께 SK 주식회사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일부 전산 시설을 뒀던 네이버도 완전한 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일부 서비스는 아직 복구 작업 중"이라면서 "서비스가 완전히 정상화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의 이번 서비스 장애는 2010년 출시 이래 최장 기간 발생했다. 특히 최근 잦아진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자칫 급격한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사고 이후 라인과 텔레그램 메신저 앱 등을 다운로드하는 이들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16일 자정 전후로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카테고리 인기차트에서 라인 메신저는 카톡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어 텔레그램이 2위를 기록해 카톡을 제쳤다.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 연쇄 먹통으로 관련 앱들 역시 '대체재'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17일 오전 앱스토어 전체 무료앱 다운로드 순위에는 라인과 네이버 지도가 각각 1, 2위에 올랐고 이어 택시 호출 서비스 우티가 3위에 올랐다. 서비스 먹통이 된 지도, 택시중개, 메신저 분야의 앱인 티맵·타다·티머니GO·티머니onda·i.M(아이.엠) 등이 상위권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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