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악뮤(AKMU) 이찬혁이 데뷔 8년 만에 솔로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찬혁은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첫 솔로 정규앨범 '에러(ERROR)'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진행은 김일중 아나운서가 맡았다.
데뷔한 지 약 8년 만에 솔로로 나서게 된 이찬혁은 "이렇게 빨리 제 개인 작업물을 발표할 줄 몰랐다. 올 초 갑자기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많은 분이 들어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규 1집 '에러'는 이찬혁이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면 후회가 없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데서 시작됐다.
어떠한 환경·상태에도 영향받지 않는 '초월적 자유'를 이야기했던 그는 과거 자신의 노래 속에서 모순, 즉 '오류'를 발견했다고 한다. 총 11트랙에 걸쳐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마주한 모순, 미래를 향한 욕망을 담아냈다.
앨범 발매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악뮤의 전작 '넥스트 에피소드'에 담긴 수록곡 '벤치'가 발단이 됐다. 이찬혁은 "이 곡에서 '나는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이 다 없어져도, 벤치 위에서 살아도 행복할 자신이 있다', '내가 벤치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누가 침을 뱉고 지나가도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대 가치는 사람이고, 자유이니까 라고 노래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게 내가 생각하는 최대 가치이지만, 죽는 순간까지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그걸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노래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 노래는 그 노래대로 가치가 있지만 거기서 담아내지 못한 걸 이번에 담고 싶었다"면서 "여태껏 악뮤로 활동하면서 즐거웠고, 옳다고 생각하는 걸 말해왔는데 그 생각들에 오류가 있는 것 같았다. 이전 악뮤 앨범에서 자유와 사람에 대해 많은 말들을 했는데 내가 당장 죽게 된다면 여전히 그걸 최대 가치로 생각할 것인가 고민해보니 모순이 있더라. 이번 앨범을 통해 그 간극을 줄여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악뮤 이찬혁이 죽고 다시 깨달은 이찬혁이 태어났다는 데 11트랙을 사용했습니다."
이전의 자기 모습과 직면하며 "모순"이라고 말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찬혁은 자신을 청개구리라고 칭했다.
그는 "악뮤로 해 온 것들이 호평을 받고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감사함이 있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그걸 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다리꼬지마'로 어쿠스틱 듀오라는 말이 붙었을 때 '아닌데, 난 댄스인데'라고 생각해 그걸 했고, YG에 처음 입사했을 때 어쿠스틱이라는 틀에 박혀 있는 게 괴로워서 일렉트로닉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엔 모두가 웃기도 했지만, 내 방식대로 '다이노소어'를 냈다"고 했다.
이어 "악뮤로 많은 걸 보여드렸는데 이제 내가 만든 캐릭터 안에 수현이가 같이 들어오기가 쉽지 않더라. 수현이도 수현이만의 캐릭터가 확실히 생겼다. 그 중간 지점을 찾아 음악을 해야 했다. 원하는 이미지와 노래를 하기 위해 내 앨범을 만들기 원했고, 그게 즐거웠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각 노래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어떤 사고(事故)가 일어난 '목격담'을 시작으로 '사이렌(Siren)', '파노라마', '타임! 스톱!(Time! Stop!)', '당장 널 만나러 가지 않으면', '마지막 인사(Feat. 청하)', '뭐가', '부재중 전화', '내 꿈의 성', '어 데이(A DAY)', '장례희망'까지 각 트랙을 유기적으로 구성했다.
특히 이찬혁은 독특한 컴백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았던 바다. 그는 ARS를 통해 '목격담'의 일부를 공개한 후 "이찬혁을 찾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여의도와 광화문 거리, '전국노래자랑' 객석 등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깜짝 등장했다. 앞으로도 EBS '딩동댕 유치원'을 비롯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찬혁은 "개인 유튜브를 하면서 거기서 일종의 틀을 깨는, 다양성을 제공하고 싶었다"면서 "앨범도, 유튜브도 나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여러 방법으로 노출하다 보니 앨범과도 이어져 보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앨범은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한다. 한 곡 한 곡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한 권의 책을 읽은 듯한 기분마저 든다. 때로는 장엄하게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고, 때로는 감성을 건드리며 울컥하게 만든다. 악뮤 이찬혁과 결별한 '솔로 이찬혁'의 행보가 확실히 기대되는 시작이다.
타이틀곡 '파노라마'는 삶에 대한 미련과 열망을 이찬혁만의 담담한 어법으로 풀어낸 곡이다. 세련된 악기 표현에 더해진 레트로 감성이 인상적이다.
이찬혁은 "악뮤는 굉장히 새로운 캐릭터고, 나오기 힘든 캐릭터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이제는 이찬혁이라는 캐릭터가 거기서 분리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내 욕심을 담은 노래들을 낼 것 같다"고 밝혔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동생 이수현의 반응은 어땠는지 묻자 "너무 좋아했다. 눈물도 보였다. 감동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실 우리 어머니도 우셨다. 가족들이 들을 만한 노래는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들려드렸다. 눈물 한번 훔치시고는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이찬혁의 정규 1집 '에러'는 이날 오후 6시에 발매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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