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노원역 일대 복합개발사업 '적신호'

입력 2022-10-17 17:58   수정 2022-10-24 16:45


서울 동북권 초대형 개발사업인 창동 바이오메디컬복합단지와 카카오의 ‘서울아레나’가 잇달아 암초를 만났다. 도봉면허시험장과 창동철도차량기지 일대를 개발하는 이들 사업은 서울 동북권을 베드타운에서 바이오·엔터테인먼트 신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복합단지는 막판 경기 의정부시의 반대에 봉착해 난항 중이며 서울아레나는 시공사의 사업 포기에 위기를 맞고 있다. 대형 개발 호재를 기대했던 서울 노원·도봉·강북구 등 주변 부동산시장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의정부 변심에 바이오단지 ‘반쪽 위기’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노원구 도봉면허시험장의 의정부 이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체부지 물색과 개발 범위 축소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와 의정부시는 도봉면허시험장을 의정부 장암동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지난 6월 당선된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지난주에 전격 취소를 결정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가 김 시장을 찾아가 설득에 나섰으나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바이오메디컬단지는 창동철도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을 합친 24만8000㎡ 규모 부지에 바이오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으로 옮겨가는 차량기지의 이전 공사는 이미 시작됐다. 노원구는 이 부지에 서울대병원 유치를 추진했으나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관 간 합의를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이 번복한 것은 부당하다”며 “2008년부터 10여 년이 걸려 간신히 장암동 부지를 찾았는데 이제 와 대체지를 구하기도 어렵다”며 난감해했다.

의정부시는 면허시험장 대신 벤처산업단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장암동 부지는 수도권순환고속도로 의정부IC와 인접한 의정부시의 관문”이라며 “시의 미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아레나도 연이은 악재에 ‘삐끗’
창동차량기지 인접 부지에서 추진 중인 서울아레나 건립도 지연되고 있다.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가 창동역 환승주차장 등 약 5만㎡ 부지에 1만8269석 규모의 K팝 등 문화공연 전용 스타디움과 극장·상가·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당초 6월에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시공사 대우건설이 건설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한 뒤 대체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건설원가뿐 아니라 금융 비용도 많이 올라 당초 사업비 3120억원으로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시설을 지어 30년간 운영한 뒤 시에 기부하는 민간투자사업(BTO)방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년에는 서울아레나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어두워지는 노·도·강 주택시장
서울 동북권 주택시장은 ‘거래절벽’ 속에서 집값 하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역 개발사업의 차질로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노원구(-1.17%)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주택 가격이 가장 크게 떨어졌고, 도봉구(-0.83%)와 강북구(-0.24%) 역시 작지 않은 낙폭을 기록했다.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창동리버타운) 전용 60㎡는 지난해 8월만 해도 9억7700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초순 3억원 이상 하락한 6억6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작년 가을 5억9700만원에 팔린 노원구 ‘상계주공13단지’ 전용 45㎡는 지난달 27일 3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좌초된 뒤 이 지역이 침체된 것과 같이 지역 개발사업의 부진은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김대훈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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