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반도체 장비를 지목하고 중국으로의 반입을 틀어막고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장비 개발에 손을 놓고 있다간 반도체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범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반도체 장비는 그저 사서 쓰면 되는 것으로 인식됐다”며 “장비 개발 성공 가능성이 작아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없고, 그러다 보니 투자할 동기 부여도 별로 없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그는 “일본이 강제징용 문제를 이유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통제 시도를 하더니 최근엔 미·중 마찰 속에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국제 사회 여건도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첨단 반도체 장비가 국가 명운을 좌우할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지만 국내 장비 업체들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과 거리가 먼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메스, 원익IPS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매출 순위는 13~14위 수준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기업들이 최근 국내 장비사 육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기술 격차가 아직 상당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문 인력 부족이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반도체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를 선호할 뿐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 입사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비 업체의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대기업에 한참 못 미친다”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을’의 입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도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반도체 장비산업 육성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 교수는 “해외 장비 제조사 인재를 한국으로 유인할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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