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중국 국내외에선 경기 하강과 실업률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빅테크 규제를 풀 것이란 전망이 종종 제기됐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공동부유를 다시 강조했다. 이 때문에 빅테크의 고초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다시 우세해졌다.
시 주석은 전날 연설에서 “사회주의 기본경제제도를 개선하며 공유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자원 배분에서 정부의 역량을 더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경제 발전도 언급했지만 전반적으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많았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의 발언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분배 정책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빅테크 규제의 이념적 기반인 공동부유 기조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빅테크 기업들을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지목하며 압박해 왔다. 독과점과 인수합병(M&A)을 과거 사례까지 들춰내 벌금을 물렸다. 주 수익원인 금융업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고객 정보를 다루는 기업은 해당 부문을 분사해 국유기업과 합자 회사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 리스크도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의 회계감독기구인 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지난달 19일부터 홍콩에서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 검증을 시작했다. 알리바바 등 171개 기업이 대상이다.
미국 측은 중국 기업이 미국의 기준에 맞도록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회계 투명성도 갖춰야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미국은 11월 초까지 2021년 자료에 대한 검증을 마쳐야 1차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라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현행 외국회사책임법은 2021~2023년의 3개년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을 폐지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기간을 2021년과 2022년, 2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회계 자료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기업은 2022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확정되는 내년 초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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