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송수금 규모가 최근 급증한 것은 쓰임새가 늘었기 때문이다. 투자 목적뿐만 아니라 외화 송금 대체 수단, 대금 결제 수단 등으로 떠올랐다. 대기업에 다니는 B씨는 최근 암호화폐거래소 계좌를 처음 만들었다. 미국에 사는 딸에게 결혼 자금을 보내기 위해서다. 시중은행보다 송금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도 적은 데다 외환당국에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거액 해외 송금은 불법이 아니어도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의 감시를 받는다.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가 거래량 기준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8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달 4일까지 비트코인 입금 규모는 최소 34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 변화와 업비트를 제외한 네 곳의 입금액을 따지면 올해 국내 거래소에 들어온 비트코인 규모는 3년 전인 2019년(7조4000억원)보다 4.6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4일까지 업비트를 제외한 국내 4대 거래소에서 출금된 비트코인 규모는 8조7500억원 정도다. 대부분 해외 거래소로 나갔다. 업비트의 출금 규모까지 추정해 더하면 모두 35조원 정도다. 입금을 합친 송수금 규모는 69조원이다.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 입출금 규모까지 더하면 국내 암호화폐 유통량은 올해 100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비트코인의 쓰임새가 다양해진 영향도 있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자녀에게 외화를 보낼 경우 시중은행 송금 대신 비트코인 전송을 활용할 수 있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2780만원 기준)를 보낼 경우 수수료는 2만5000원 정도다. 국내 은행을 통해 비슷한 금액을 미국에 송금하려면 이보다 2만원 넘게 더 든다. 게다가 송금액 제한, 송금 이유 작성 등 각종 외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기업들도 무역대금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업계에서는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것을 노린 환치기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일명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9300억원대 환치기를 한 일당을 검거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의 해외 송수금 규모가 70조원 정도면 국내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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