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일시적으로 치솟았던 해상 운송료가 경기 침체 우려로 급락세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해운업계 실적을 판가름하는 SCFI가 휘청이자 HMM 대한해운 팬오션 등 해운사 실적이 훼손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6조856억원으로 역대급 영업이익을 올린 HMM의 내년 실적 전망은 비관적이다. 일본계 투자은행(IB) 노무라는 HMM이 내년 하반기에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사 상황은 더 어둡다. 하늘길이 속속 열리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쌓인 손실의 여파가 상당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 부채비율이 6544.6%로 지난해 말보다 4133.9%포인트나 치솟았다. 올 상반기 25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화환산손실이 불어나면서 이 회사의 손실을 키우고 있다.
에어서울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도 위기에 몰렸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올 6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각각 -2226억원, -203억원으로 모두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에어부산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달 1489억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올 상반기 6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티웨이항공의 6월 말 부채비율은 963.0%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안한 정유사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정유업계는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정제마진으로 인해 하반기엔 상반기 대비 실적이 반토막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선 ‘적자 터널’에 진입한 기업이 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 지표인 에틸렌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가 급락한 결과다. 플라스틱과 고무, 비닐 등의 기초원료인 에틸렌은 ‘산업의 쌀’로 통한다. 이달 1~10일 평균 에틸렌스프레드는 t당 163달러였다. 올 4월 414달러까지 치솟았던 에틸렌스프레드는 반년 새 60.6%나 떨어졌다. 석유화학업계는 에틸렌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을 300달러로 보고 있다. 이를 큰 폭 밑돌면서 적자에 직면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유화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6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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