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방지법'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2020년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가 압다퉈 ‘카카오 먹통’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 시설에 포함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뒷북 비판이 거세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까지 통과했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은 2020년 5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해당 법안은 2018년 KT 서울 아현동 지사 네트워크 화재를 계기로 데이터 소실·유출 등을 막기 위해 박선숙 민생당 의원이 같은 해 3월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데이터센터 보호에 관한 내용을 방송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에 추가 △재난관리계획 수립·시행 대상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민간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데서 볼 수 있듯이 민간 데이터센터 관리를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5월 20일 회의록에 따르면 법안은 여야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50분 만에 처리가 무산됐다.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이중 규제’라는 이유다. 장제원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은 “뭐가 급해서 땡처리하는 식으로 하나. 21대 국회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단체에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며 “산업발전에 저해되는 과잉 규제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도 “‘화재·지진·수해 등의 각종 재해와 테러 등의 각종 위협으로부터 정보통신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물리적, 기술적 조처를 해야 된다’고 정보통신망법과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는데,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가세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 밖에도 “체계, 자구가 맞지 않는다” “영업비밀·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 등의 논리를 폈다.
최기영 당시 과기부 장관은 “(재난관리계획에) 데이터센터가 포함돼야 한다. 재난에 대비하는 굉장히 중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데이터센터를 지금 재난에 대비하자고 하는데, 그 내용을 빼면 알맹이가 없는 법안이 된다”고 법안 처리를 주장했다. 개정안은 20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 사업자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강하게 입법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법 개정 시도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방송통신법 개정을 논의한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이날 부가통신사업자까지 재난관리계획에 포함하도록 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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