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노란봉투법'이 화제다.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노란봉투법은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의미하며, 불법파업에 대해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이 부담하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한 시민이 과거 쌍용자동차 파업 관련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조합원에게 성금을 보내면서 노란봉투를 사용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이 화제의 중심이 되는 현재의 상황은 법률가로서는 매우 당혹스럽다. 노란봉투법은 우리 법질서 체계 전체의 정합성에 심각하게 반하는 법이며, 더 나아가 위헌성을 강하게 띄고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생활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적절한 선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선을 넘은 행위로 손해를 입은 다른 공동체 구성원에게는 적절한 보전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동체는 깨어지고 구성원 각자의 삶은 안전하지 못하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념이 강제력을 가진 형태로 나타난 것이 법질서이며, 그 중 민사적으로 반영된 것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제도이다. 따라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민사적으로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것은 우리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해 주거나 경감시켜 주어야 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설혹 정책적 이유 때문에 일부 면제나 경감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불법행위의 상대방이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선을 과도하게 넘어선 법이다. 현재 노란봉투법으로 명명되어 논의되고 있는 법률안의 내용은 다양한데, 파업이 불법인 경우에도 폭력·파괴행위를 제외하고는 손해배상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 폭력·파괴행위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손해의 경우만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을 노동조합으로만 제한하고 노동조합 간부나 조합원 개인에게는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노동조합에게 청구하는 경우에도 그 액수 등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여 파업이 가능한 범위를 넓히는 내용, 단체행동권의 영역이 파업 뿐만 아니라 단결권의 영역인 노동조합 활동의 영역까지 면책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내용 등도 논의가 된다. 타인에게 집단적으로 손해를 끼친 행위에 대해 면책을 시키거나 손해배상액을 경감, 또는 자력(資力)이 없는 노동조합만을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제한하자는 내용은 전체 법질서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폭력·파괴행위 외의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은 노동조합법의 쟁의관련 규정의 규범력을 상실하게 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보전 자체를 제한하여 과도한 재산권 침해이다. 가압류는 책임재산 처분을 방지하기 위한 보전조치인데, 이를 제한하면 정당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관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폭력·파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규범적 근거도 찾기 어렵다. 이와 같은 개정안은 불법행위책임법의 과실책임 및 자기책임 원리에 반하고, 폭력·파괴행위에 대한 예방적 기능을 저해하며,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도 민법이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와 심신상실자에 대해서만 그의 주관적 사유를 고려하여 책임을 면하도록 한 것을 고려할 때 위법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 개인의 사정을 위와 같은 주관적 책임배제사유와 동일시한다는 점에 동의하기 어렵다. 근로자 등의 배상책임 감면이 필요한 근거는 결국 근로자 개인의 기본적 생계 및 근로3권의 실질적 보장, 노동조합의 존립근거 보장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유가 폭력·파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할 사유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자는 헌법에서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두텁게 보호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보호는 적법한 법질서의 테두리 내에서만 가능하다. 노동조합법은 이미 적법한 파업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면책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파업은 집단적으로 사용자의 생산력에 타격을 가해 노동조합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재산권에 심대한 부담이 된다. 그러함에도 적법한 파업에 대해 면책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적법파업의 범위를 넘어서서 불법파업까지도 면책시키는 제도는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 헌법을 근거로 불법파업도 면책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을 오독한 것이다. 더군다나 헌법은 근로자들의 권리만 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재산권, 직업의 자유 등 사용자의 경영활동, 기업활동에 관한 자유도 보장하고 있다. 헌법에 기초한 근로자들의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는 재산권, 직업의 자유 등과의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균형점을 넘어서고 있다.
손해배상은 제재가 아니다. 손해를 입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재산상 훼손상태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는 과세도 되지 않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 과도하다. 사용자의 손해배상, 가압류가 과도한 점이 문제가 된다면 차라리 민사집행법의 압류금지물 규정 등의 정비를 통해 현행 법체계와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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