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송 대표처럼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다니는 기업인이 유독 많다. 한국경제신문이 18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의결한 증인 채택 내역을 분석한 결과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 수는 14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감에서 채택된 기업인 수(92명)보다 56% 급증했다. 2020년(63명)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플랫폼 기업의 비중이 커졌다는 게 눈에 띈다. 올해 세 곳 이상 상임위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은 스타벅스 외에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HDC, 대우조선해양 등 7개사에 달했다.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민)를 위시한 플랫폼 기업이 국감 단골손님으로 꼽히면서 사실상 ‘플랫폼 국감’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상임위별로는 정무위가 기업인 49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무위는 금융과 공정거래 등 소비자와 관련된 분야를 담당해 기업인 증인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무위가 호출한 기업인이 15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어 환노위 22명,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15명, 산자위 11명 순이었다.
여야가 ‘기업인 국감 자제’를 다짐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민간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고, 또 부르더라도 오랜 시간 대기하고 짧게 답변하고 돌아가는 이런 일은 국회가 갑질을 한 것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여당 시절인 2019년 “기업인들이 경영에 전념하도록 불필요한 증인 채택은 자제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이달 초만 해도 각 상임위 증인 명단에는 4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 총수는 빠져 있었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 총수 대신 전문경영인을 부르자”는 암묵적 합의가 작용했다. 하지만 과방위가 지난 17일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야기한 경기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책임을 묻겠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며 이런 합의도 무색해졌다.
국회의 부름에 응한 기업인들은 의원들의 뭇매에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 “시정하겠다”는 말만 읊조렸다. 국감장에서는 현안 질의를 넘어 원재료 사용이나 가격 결정 등을 놓고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지난 4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은 “햇반에 수입쌀 대신 국산 쌀을 써달라” “햇반 가격을 왜 올렸느냐”는 의원들의 구박에 진땀을 뺐다. 7일 정무위 국감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을 상대로 반도체 수율 허위 조작 의혹을 묻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 행정을 견제하자는 취지의 국감이 ‘기업인 망신 주기’로 변질되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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