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공산당 제20차 전국 대표 대회(당대회)에서 3연임 결정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망명한 중국 엘리트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미국에 머무는 차이샤 전 중앙 공산당 학교 교수, 경제학자 쉬천강, 역사학자 쑨페이동의 발언을 소개했다.
차이 전 교수는 국제사회가 중국을 '테러와 이념'으로 통치하는 전체주의 사회로 봐야 한다면서 "후퇴의 시대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을 "경제적 퇴보와 이념 투쟁으로 점철된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차이 전 교수는 이른바 '홍군 후손'으로 1952년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교수로 재직하며 몇 년간 공산당 간부를 대상으로 한 강의를 했을 정도로 당과 인연이 깊었다.
하지만 2016년 시 주석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비판하다가 공산당에서 제명됐다. 차이 전 교수는 2018년 시 주석이 연임을 확정지은 후 희망을 잃었다며 "당시 당이 바뀌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당이 바뀌지 않으면 국가도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YT는 차이 전 교수가 2020년 우한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병이 처음으로 공식 보고됐을 때 중국 정부가 이를 숨기려 한 데 절망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당시 그는 공산당을 "정치 좀비", 시 주석을 "마피아 우두머리"라고 비판하곤 했다. 차이 전 교수는 "시 주석과 같은 사람이 계속 중국을 이끌면 그 끝은 비참할 것"이라며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시 주석은 다른 지도자로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쉬천강은 '중국 개혁·발전의 기본 제도' 제하의 논문으로 2012년 중국 최고의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다. 2019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대가 무참히 탄압당한 후 홍콩으로 이주했다가 현재는 미국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원으로 합류했다.
쉬 연구원은 마오쩌둥 전 주석 사후 민간 기업이나 비정부기구가 살아나는 등 중국의 전체주의가 잠시 완화됐지만 시 주석이 집권한 다시 득세해 지금은 당이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체주의 국가는 누군가에게서 소유권을 빼앗을 필요가 없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가 움직이도록 강요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NYT는 2013년 상하이 푸단 대학교에서 중국 현대사를 가르쳤던 역사학자 쑨페이동의 발언도 소개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쑨 교수는 중국 문화 대혁명에 대해 자유롭게 강의했고 이에 대한 교내 토론도 활발하게 열었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15년이었다.
문화대혁명 시기를 다룬 쑨 교수의 논문은 중국 학술지에 실리지 못했고 2018년 미국에 잠시 체류하다가 중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학생 일부가 그를 당국에 신고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은 문화대혁명을 '재난'으로 규정하며 이를 마오쩌둥 전 주석의 과오로 평가한다.
쑨 교수는 "전체주의의 날카로운 이빨이 나를 향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며 "당시 내가 원하는 연구를 계속하려면 중국을 떠나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체주의는 인류에 바이러스이자 암"이라고도 덧붙였다. 쑨 교수는 현재 미국 코넬 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NYT는 민간 기업과 여론의 다양성을 조금이나마 용인했던 중국이 이제는 단일한 이념과 한 명의 지도자만을 추종하는 체재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를 구성하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앞다퉈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 지위 확립을 강조하는 등 당장(黨章·당헌) 개정을 통한 '시진핑 1인 시대'를 이미 예고하고 있다.
사실상 시 주석이 마오쩌둥 반열에 오르는 움직임을 보이는 셈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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