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는 2011년 CJ푸드빌의 한식 레스토랑 브랜드로 출발했다. 당시 CJ그룹은 외식 매장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이 한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전통적인 한국 식문화를 알리겠다는 목표로 비비고 레스토랑을 열었다.
하지만 CJ는 브랜드 출범 1년 만에 전략을 수정했다. ‘레스토랑보다는 대형마트에 진출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반 소비자 수요를 끌어오려면 소비자들이 쉽게 한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비비고는 글로벌 식품·외식 시장을 아우르는 통합 식품 브랜드로 변경됐다. 이듬해인 2012년 CJ제일제당은 만두, 김치, 장류 등의 가공식품에 비비고 브랜드를 달아 미국, 중국, 일본, 영국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비고의 ‘전 세계 마트 정복기’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비비고는 연 매출 3조원을 바라보는 초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비비고 국내외 매출은 2013년 431억원에서 2018년 1조17억원으로, 브랜드 론칭 6년 만에 1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2조1797억원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올해에는 전년 대비 30% 가량 늘어난 3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데에 이어 올해에는 국내 매출도 1조원을 넘길 것으로 회사 측은 관측한다.
CJ제일제당은 만두 생산기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입점에 주력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식 만두는 생소했다. CJ제일제당의 위상도 높지 않아 영업사원들은 마트 바이어를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판도를 바꾼 것은 비비고 신제품이었다. 국내에서는 ‘비비고 왕교자’가 출시됐고, 미국에서는 ‘치킨&실란트로 만두’가 나왔다. 비비고 왕교자는 출시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국내 만두시장 1위에 올랐다.
치킨&실란트로 만두도 출시 이래 미국 만두 제품 1위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두 ‘대박 제품’ 덕에 국내외에서 한국 간편식 만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 수 있었다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2016년에는 비비고 국물 요리를 국내에 선보이며 상온 간편식 시장에 발을 들였다. 비비고 국물 요리는 출시 첫해 시장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역국, 육개장 등 대표적인 한식 국물 요리를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며 “간편식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고 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해외 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하며 K-푸드를 글로벌 주류 식품의 위상으로 올려놓은 비비고의 ‘마중물’ 역할이 없었다면, 현재 라면이나 치킨, 간식류 등 다양한 영역의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기업들의 성과도 없었을 지 모른다.
비비고 만두의 경우 코스트코 중심으로 유통해왔지만 슈완스 인수 이후에는 미국 대표 유통채널인 월마트의 대부분 매장에 입점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대형마트인 크로거, 타깃뿐만 아니라 푸드시티, 하이비 등 중소형 슈퍼마켓까지 비비고 만두가 납품되고 있다.
그 결과 비비고 만두는 2020년에 단일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 유명 스포츠팀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케이콘, PGA 대회 등을 통해 K푸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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