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가구 중 120가구가 빈집…반포 새 아파트에 무슨 일이?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입력 2022-10-19 14:45   수정 2022-10-19 16:24


전국 신축 아파트 열 가구 중 두 가구 꼴이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공사를 다 마치고 입주 기간이 됐지만 살던 주택을 처분하지 못했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 주인들이 입주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리 급등과 집 값 고점 인식 확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다.

19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8월 입주 예정이던 전국 아파트 중 실제 입주가 이뤄진 가구 비율은 76.8%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입주 시기가 됐지만 신축 아파트 열 가구 중 두 가구 꼴로 집 주인들이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과 지방을 중심으로 입주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올 7월 입주율이 88.7%였는데 8월엔 76.8%로 떨어졌다. 광주·전라권은 같은 기간 81.0%에서 74.6%로, 대구·부산·경상권은 76.1%에서 72.3%로 낮아졌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서울조차 올 7월 93.1%에서 8월 89.1%로 90%를 밑돌기 시작했다.

서울 반포동에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인 '더샵 반포 리버파크'는 지난달 말까지 입주를 마쳐야 했지만 현재 총 140가구 중 20가구만 입주했다. 입주자예정협의회가 자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약 40% 이상이 계약 해지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역 경남센트로팰리스의 경우 입주를 하지 못한 집 주인들이 분양가(전용면적 84㎡ 기준)보다 1억원 싼 값에 매물로 내놓고 있다.

어렵게 청약에 당첨되고서도 입주를 하지 않거나 손해보면서까지 분양 받은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서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이 하향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단 전망까지 퍼지면서 부동산 거래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분양 받은 1주택자들은 기존 집을 팔아야 하는데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잔금을 치르기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 서울 등에서 15억원을 넘는 주택은 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차선책으로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러야 하지만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급락하고 있는 전셋값에 이런 대안조차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입주 지정일이 지나서도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연체이자를 내야 한다.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도 내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매매·전월세 시장이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워 갈수록 미입주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의 올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47.7로 나타났다. 전월(69.6)에 비해 21.9포인트 급락했다. 수도권은 올 8월 66.4에서 9월 51.6으로 낮아졌다. 인천, 대전, 강원, 충북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입주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각 지역별 입주전망지수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 우려, 대출이자 부담 증가, 주택가격 하락 등이 맞물려 부동산 거래 절벽이 심화하고 있어 미입주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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