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사태의 1차적 원인은 SK 데이터센터에, 근본적 원인은 리튬 배터리에 있다. 무료 서비스 보상에 대해선 추후 판단하겠다.”
메신저·결제·교통·콘텐츠 등 각 분야에 걸쳐 최장 닷새 동안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카카오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놓은 입장이다. 이날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전면에서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책임 소재와 보상안 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처럼 ‘범국민 서비스’ 전반에 장기간 차질이 생긴 경우가 매우 드물다 보니 참고할 선례도, 기준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카카오 서비스 복구가 길어진 이유인 이중화 조치 미비에 대해선 ‘간접적 원인’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주요 데이터는 여러 서버에 중복 저장해뒀지만, 이를 작업·운영하는 개발자 도구에 대해선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K 데이터센터 서버가 꺼졌을 때 바로 정상화할 수 없었던 이유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카카오가 우선순위의 경중 판단을 잘못한 게 간접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 원인은 원래 화재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리튬 배터리”라며 “양쪽에서 같이 협조해야지만 안정적인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기업 규모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된 정보보호 관련 전담 인력도 충원한다. 홍 대표는 “(이를 위해)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이 많을 것”이라며 “이중화 조치를 보완하고,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더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번 보상안은 무료 서비스 이용자의 보상 수준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멜론, 카카오웹툰 등 일부 유료 서비스는 이미 이용자에 대한 자체 보상안을 공지했다. 홍 대표는 “무료 서비스 보상과 관련해선 사례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직접보상액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무료 서비스에 대한 일괄 금액 보상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카카오가 적용받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서비스 장애와 관련한 손해배상은 무상 서비스인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 현실적 제약도 크다. 일정 금액을 책정한다고 해도 국내외 모든 이용자의 계좌를 파악해 돈을 보내주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개별 사안의 자체 보상 기준을 새로 마련하는 데 대한 주주들의 반발도 높을 전망이다. 자칫하다간 경영진에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개인의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일연 변호사는 “개인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민법상 채무불이행·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일부 보상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이승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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