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선감학원 인권침해 공식 사과…치유·지원대책 시행

입력 2022-10-20 10:30   수정 2022-10-20 10:33


경기도가 안산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치유와 생활 지원대책을 내놨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함께 '선감학원 사건 치유 및 명예회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가의 진실 규명에 따른 도 차원의 공식 사과이자 피해자 지원대책이다.

김 지사는 이날 "선감학원은 40년 전에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관선 도지사 시대에 벌어진 심각한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께 경기도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억울하게 돌아가신 희생자분들의 넋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밝혔다.


경기도는 △피해자 생활 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추진 등을 담은 후속 대책을 내놨다.

피해자에게 생활안정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피해자지원센터를 설치해 지원기능을 체계화할 계획이다. 트라우마 해소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의료서비스 지원도 내실화하기로 했다.

선감학원 묘역을 정비하고 추모비를 설치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공간을 조성하며 추모문화제를 확대 운영하는 동시에 국회와 정부에는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한 피해 배·보상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앞서 경기도의회가 2015년 2월 선감학원 아동침해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한 이후 경기도는 2016년 2월 '선감학원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매년 추모문화제 지원사업을 해왔다. 2020년부터는 피해자신고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진료비와 입원비 본인부담금을 100% 지원해 올해 9월 기준 378명에게 734건을 지원했다.

경기도는 2020년 12월 진상규명 신청서를 진실화해위 제출했고,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5월 피해자 신청 접수를 시작하고 사건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김 지사는 지난 19일 안산시에 있는 선감역사박물관, 선감학원피해자신고센터, 선감학원 옛 건물, 유해 매장 추정지 등 현장을 둘러보고 대책을 점검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안산 선감도에 설립·운영된 시설이다. 아동과 청소년을 강제 입소시켜 강제 노역을 키셨고, 폭행·학대·고문 등 인권을 유린한 수용소다.

해방 후인 1946년에는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돼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됐다. 2018년 경기도기록관에서 1956명부터 1982년까지 10세 전후의 아동 4691명의 퇴원아동 대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아동들은 강제입소 후 농사 기술을 습득하고, 자급자족을 한다는 명목아래 각종 노역에 동원됐다. 구타, 영양실조, 가혹행위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탈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아동이 희생됐고, 최근 정부가 벌인 조사에선 150여구의 암매장 유골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 지사는 "도는 책임 있는 자세로 피해자분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선감학원 사건은 발생해서는 안 될 비극이었고, 국가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침해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아동 인권의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고, 전체 아동인권 수준을 선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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