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이 매년 이수해야 하는 통일교육 자료에 식민사관을 옹호하고 친일 행위를 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역사에서 배우는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제목으로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제작해 수년간 사용한 영상 교육자료에 식민사관에 해당하는 내용이 상당한 분량으로 소개됐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를 보면 가상 대화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에 이완용이 등장해 "일본이 한국을 장악하는 것은 이순신 장군이 살아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라며 "최대한 나은 조건으로 합병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라고 말한다.
영상에서 이완용은 자신을 '현실주의자'라고 소개하고 "이왕 매를 맞을 거라면 조금 덜 아프게 맞는 게 낫지 않나"라며 "그러지 않았으면 장담컨대 전쟁이 나고 나라는 나라대로 잃었을 것"이라고 한다.
교육자료에는 독립운동가인 신채호의 가상 대화도 등장한다. 신채호는 이 대화에서 "모두가 이완용 같은 현실주의자였다면 우리는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의원은 이러한 부분이 한일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이자 일제의 침탈이 불가피했다는 식민사관 논리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를 두고 "마치 신채호 선생이 이완용을 현실주의자로 인정하는 듯한 내용"이라며 "현실주의는 일제강점기를 옹호하는 주된 논리"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공무원이 들어야 하는 교육자료에서 친일파 논리를 소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깊은 상처와 아픔을 초래한 한일 합병이 정당했다는 논리, 친일 행위를 미화하는 논리를 굳이 가상 대화로 소개해야 하나"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해당 자료는 구한말이라는 역사적 시기에 활동한 인물의 가상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주는 함의를 생각해 보고자 2020년에 만든 자료"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서는 "전봉준, 이완용, 신채호 등 인물이 차례로 등장해 당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서 자신의 선택과 입장을 가상으로 소개하는 것"이라며 "통일교육 교재 전반의 수정 필요성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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