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견디려면…스타트업, 허리 역할 '中니어' 개발자 붙잡아라"

입력 2022-10-20 17:39   수정 2022-10-21 01:39


스타트업에 개발자 인건비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요즘같이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럴 때 우수한 개발자를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개발자 라운드테이블’에서 스타 개발자 출신 스타트업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은 “우수 개발자를 확보하는 게 이제 스타트업에 필수 생존 조건이 됐다”며 “‘중(中)니어’ 개발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업무 적응 절차를 최소화하는 ‘낙타 생존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는 “우수 개발자를 채용할 때 기업 간 비딩(입찰 경쟁)이 당연하고, 임금 자체도 높아져 관리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 인공지능(AI) 광학문자판독(OCR)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AI 개발자 커뮤니티인 ‘텐서플로 코리아’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iOS 개발자 커뮤니티인 ‘스위프트 코리아’를 이끄는 전수열 인덴트코퍼레이션 CTO는 “요즘엔 꼭 필요한 개발자를 데려오려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삼십고초려’를 해야 할 정도”라며 “요즘은 스톡옵션 효과도 줄어 영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유튜브 채널 ‘개발바닥’ 운영자인 이동욱 인프런 CTO는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스타트업으로 와야 한다는 식의 설득이 이제는 어려워졌다”며 “특히 30대 후반에 접어든 개발자는 대기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고 했다.

이들은 5~10년 차의 소위 ‘중니어’ 개발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활석 CTO는 “주니어에게는 연차에서 몇 년 차이 나지 않는 롤모델이 될 수 있고, 시니어에게는 특정 파트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이 중니어”라고 설명했다. 이동욱 CTO는 “개발자가 많이 없던 2014년께 개발 업무를 시작한 사람들이 지금의 중니어”라며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는 돈이 안 된다고 말하던 시절을 견딘 이들이 조직 내 개발 문화를 형성하는 중추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중니어가 흥미로워할 만한 개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곳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CTO들의 의견이다.

이동욱 CTO는 “낙타가 사막과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듯이 인재 채용·관리에 들어가는 자원을 줄여야 한다”며 “신규 직원 관리, 업무 인수인계 매뉴얼을 마련해 신입 개발자들이 스스로 적응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개발자들이 이직한 뒤에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TO들은 “구직자에게는 도전적 태도가 필요하다”며 “최근과 같은 분위기가 비전공자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CTO는 “스타트업은 실력만 있으면 전공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며 “일단 사람을 많이 만나야 기회가 생긴다”고 조언했다. 인스타그램 쪽지(DM) 등을 통해 채용 담당자에게 적극적으로 미팅을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욱 CTO는 “공대를 나왔어도 방학 등을 제외하면 수업 들은 기간이 2년 정도밖에 안 된다”며 “비전공자라고 위축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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