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비상' 저축은행…울며 겨자먹기로 예금금리 올린다

입력 2022-10-20 17:51   수정 2022-10-21 01:36


저축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단번에 1~2%포인트씩 올리며 자금 조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에선 14년 만에 금리가 연 6.5%인 정기예금도 등장했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시중 예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시중은행에 대항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고금리 예금으로도 자금 유출을 막지 못한 저축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단기 자금을 주고받으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자금줄이 말라붙자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금융회사도 속출하고 있다.
14년 만에 연 6%대 예금 나와

2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5.15%로 집계됐다. 지난달 20일(연 3.72%)에 비하면 한 달 만에 1.43%포인트 뛰었다. 최근 1년간 금리 상승폭(1.59%포인트)과 맞먹는 수준이다.

가입 기간 1년에 연 6.5%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도 나왔다. 다올저축은행은 이날 회전정기예금 상품인 ‘파이 리볼빙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연 6.45%로 인상했다. 이 회사의 롯데카드 제휴 상품인 ‘파이 알파 리볼빙정기예금’은 최고 금리가 연 6.5%다. 금리 연 6.5%짜리 정기예금이 나온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자금 확보가 절실한 저축은행들은 앞다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 19일 상상인계열 저축은행이 연 6% 정기예금을 선보인 지 하루 만에 다올·하나·스마트·HB·OSB저축은행 등이 잇따라 금리를 연 6%대로 끌어올렸다. 대형 저축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웰컴저축은행은 만기 6개월짜리 단기 예금 금리를 연 5%로, OK저축은행은 사실상 보통예금인 ‘중도해지OK정기예금 369’ 금리를 연 4.1%로 인상했다.
도미노 유동성 리스크
모처럼 행복한 고민에 빠진 예금자들과 달리 저축은행업계의 표정은 침통하다. 법정 최고금리 규제, 새희망자금 지원 등으로 대출 금리가 묶인 저축은행은 수신 금리 인상 여력이 바닥난 상태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은행으로 이탈하는 자금을 막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예금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은행으로의 예금 쏠림이 벌어지면서 저축은행은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예금 확대는커녕 현상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절박한 심정”이라고 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연 5% 가까이 끌어올리며 시중 자금을 무섭게 흡수하고 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높이고 환율 상승에 대응해야 하는 은행들도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어서다. 지난 9월 한 달간 은행에 신규 유입된 자금은 36조4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8월 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에 1%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은행과 저축은행 간 예금 금리 격차는 지난 7월 0.0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비은행의 유동성 위험을 높이고 대출 금리 인상을 촉발할 것”이라며 “지금 추세대로면 2년 내 대출 이자 부담이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했다.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저축은행들은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저축은행 간 단기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중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에서 저축은행들은 각자의 자금 과부족 정보를 공유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회사는 여유 자금이 있는 회사로부터 직접 단기 자금을 빌릴 수 있다. 대출도 축소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SBI·OK저축은행 등 업계 상위 저축은행들도 대출 취급을 줄이기로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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