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를 기준으로 현대차 일부 차종은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내연기관 엔진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싼타페는 국내 판매량(1~9월)의 45.1%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기아 일부 차종은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 엔진 모델을 넘어섰다. 쏘렌토는 국내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72.4%에 이른다. 기아 모델 중 출고 대기가 가장 긴 이유다.
미국에서도 하이브리드카는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다. 9월까지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 모델의 미국 판매량은 8만4526대로 전년 대비 28.9% 증가했다. 전기차 증가율(212.0%)에는 못 미치지만 판매 대수(4만7095대)만 보면 전기차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아 하이브리드카는 미국에서 표시가격에 비해 ‘웃돈’이 가장 많이 붙어 8% 이상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9월까지 유럽 시장 점유율 3위를 달린 것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큰 역할을 했다.
보조금 지급이 없음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가 높은 것은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우수하고 충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동력 성능이 내연기관차를 넘어선 것도 하이브리드카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시장에선 하이브리드 모델의 전성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이브리드카의 글로벌 점유율이 올해 4.9%에서 2026년 10.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점유율이 20%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자동차 제조사와 시장의 기대만큼 ‘전기차 only’ 시대가 빨리 오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기준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판매 비중이 각각 28.0%, 25.1%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만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보유한 회사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투자를 병행한 한국·일본 진영과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는 전략을 택한 독일·미국 진영의 싸움이 치열하다”며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병행 전략을 택한 진영의 점유율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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