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악재’(인플레이션, 고금리, 자산시장 냉각)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여전히 견조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소비심리에 한 치의 변화도 없는 건 아니다. 자산가치 급락과 “내년 경기침체 확률 100%”(블룸버그) 같은 암울한 전망에 부담을 느껴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간 ‘스마트 소비자’가 적지 않다.
중고 시장에서는 경기 전망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최근 1~2년 새 사들인 고가 제품들을 매물로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골프용품이다. 21일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드라이버 ‘매도 희망’ 게시글 수는 지난 1월 2218건에서 지난달 6179건으로 급증했다. 번개장터에서도 올해 상반기 골프채 매물은 전년보다 171% 늘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와중에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고조되자 고가 물품을 중고 시장에 내놓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매물이 많아지다 보니 일부 명품 가방은 리셀(되팔기)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나라에서 샤넬 클래식백(모든 사이즈 기준) 평균 거래 가격은 올해 1월 1110만8444원에서 지난달 1025만3234원으로 내려갔다. ‘파워 리셀러’들 사이에선 “중고 매물이 팔리지 않으면 리셀러들의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고, 그 결과 중고 명품 매물이 쌓여 리셀 시장 활황도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한 ‘욜로 소비’의 거품이 빠지는 것일 뿐”이란 분석도 나온다. 소비 트렌드가 과시적 소비에서 합리적 소비로 전환하는 것일 뿐 내수경제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만한 소비 위축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중고품은 다른 입문자들이 상당량 받아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번개장터에서는 올해 1~9월 골프용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이 분야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9% 불어났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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