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서울 둔촌 주공아파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차환 발행에 끝내 실패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가 보증한 7000억원의 사업비를 현대·대우·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등 네 곳이 떠안게 됐다. 레고랜드발(發)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우량 재건축 사업장까지 덮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증권·건설업계에 따르면 BN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둔촌 주공 PF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 차환에 실패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ABSTB 7000억원에 1250억원을 더한 총 82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으나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ABSTB는 자산 기반의 1년 미만 단기채로 평소에는 3개월 이내에 차환 발행된다. 만기를 앞두고 차환 발행에 실패함에 따라 4개 시공사는 이날 자체 자금으로 7000억원의 사업비를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사업성을 담보한 핵심 재건축 사업장마저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시장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당장 시공에 참여한 네 개 건설사는 각각 1645억~1959억원의 현금을 ABSTB 투자자에게 지급하게 돼 단기 유동성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롯데건설이 이번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계열사 차입에 나선 것도 둔촌 주공 PF 차환 실패에 대비한 자금 확보 차원이다.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은 조합과 시공사의 분쟁으로 지난 6개월간 공사가 멈춘 와중에 PF 대주단까지 와해됐다. 공사 재개 결정 이후 증권사와 건설사들은 추가 PF를 통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차환마저 실패한 것이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단기자금시장이 급격히 경색된 지금 분위기에서는 금리를 올려줘도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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