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 때까지 팔베개 해주던 아빠, 北 갈 분 아냐" 초등생 딸의 호소

입력 2022-10-21 20:06   수정 2022-10-21 20:27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 이 모 씨(사망 당시 47세)의 10살 딸 이 모 양이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편히 지낼 수 있게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벌을 내려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씨 유족 측이 21일 공개한 이 양의 청원서에는 "아빠는 저를 엄청나게 사랑해서 가족을 버리고 혼자 북한으로 갈 분이 아니다. 출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가족과 함께 캠핑을 하러 가고 저와 공원에서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였다. 잠잘 때 팔베개도 해주고 잠들기 전까지 자장가도 불러줬는데 이런 아빠를 만날 수 없어서 슬프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씨 유족 측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촉구하며 이 양의 편지를 전날(20일)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 전담 부장판사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저에게서 아빠를 빼앗아 가고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많은 사람에게 벌을 (내려) 달라"면서 "그래야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도 썼다.

이 양은 아빠가 멀리 출장을 간 것으로 알다 최근에서야 그의 죽음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9월 이 씨가 숨졌을 당시 유족들은 이 양에게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양은 편지에서 "아빠가 오랜 출장을 가신 줄 알고 기다렸는데 하늘나라에 가셨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어 많이 힘들었다"면서 "아빠는 나라를 위해 일하시고 사고로 돌아가신 훌륭하신 분이다. 저는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적었다.

한편 이날 오후 서 전 장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이날 이 씨의 형 이래진 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서 전 장관이 법원 건물을 나오는 순간 욕설을 하며 달려들다가 법원 직원들의 제지를 받는 소동을 벌어지기도 했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이 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다음 날 두차례 열린 관계 장관 회의를 전후로 군 정보망인 군사 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공유된 SI(특별 취급 기밀 정보) 등을 무단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이 씨 유족에게 고발됐다.

감사원이 최근 밝힌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 씨 사망 직후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10시30분께 피살 정황을 인지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다음 날 오전 1시 관계 장관회의를 열었고, 서 전 장관은 이 회의 직후 MIMS 등에서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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