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7000억 조달"…대형 건설사도 안심 못해[돈앤톡]

입력 2022-10-24 06:57   수정 2022-10-24 15:35


롯데건설이 업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 테마파크 '래고랜드' 사태가 확산하면서 '부도설'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수조원에 달한다'는 등 루머가 확산하고 있는 와중에 잇달아 자금을 끌어모으면서입니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20일 롯데케미칼과 5000억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3.8%를 가진 대주주로 차입 기간은 내년 1월18일까지입니다. 롯데건설은 6.39% 이율로 자금을 조달합니다. 이율은 국내 4개 시중은행의 3개월 만기 기업 일반대출 조달 평균 금리를 적용했습니다.

금전소비대차계약 바로 전날인 19일엔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증자(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당 액면가 5000원에 신주 171만4634주(보통주)를 발행합니다.

롯데건설이 연일 자금을 조달하는 까닭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 등 재건축 사업 등 대형 개발 사업을 수주한 영향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규모가 급격하게 불어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롯데건설 반기보고서 기준 아파트 분양자 중도금 대출, 사업비 대출 잔액 관련 우발채무 규모는 7조4416억원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악성 루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롯데건설이 부도 위기에 처했다',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수조원에 달한다' 등의 내용입니다. 마침 롯데건설이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소문을 더 부추기는 모양새가 되고 있습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인 롯데건설이 부도가 날 일이 있겠느냐"면서도 "건설사마다 다르겠지만 주택 비중이 높고 대규모 현장을 수주한 건설사를 비롯해 건설업계 전반에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건설업계가 공포에 휩싸인 까닭은 춘천 테마파크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 때문입니다. 이 사업을 진행한 강원도 산하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의 ABCP를 찍어냈습니다.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서 안정성은 국고채 수준으로 대우받았습니다.


하지만 강원도는 지난달 29일 만기가 다가오자 기관들에 대출채권 상환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고 법원에 중도개발공사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아이원제일차의 신용 등급은 한순간 강등됐고 2050억원의 ABCP도 지난 6일 최종 부도 처리됐습니다. 사태가 논란이 되면서 강원도는 지난 19일 2050억원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 늦어도 내년 1월29일까지는 갚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 PF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입니다. 2014년 이후 증권사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14.9%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수요가 늘었고 비은행권들이 사업을 다각화한 데다 가계대출 규제로 대체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입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엔 한 대형 시행사가 신규 PF 대출 승인을 못 받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특히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미분양물량 등이 증가하면 PF대출 부실 위험이 늘어나면서 건설사들도 타격을 피해 가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금전소비대차계약은 불확실성에 미리 대비해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추후 비슷한 성격의 대응이 있을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항간에 도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최근 금융업계와 건설업계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PF는 자금을 빌릴 때 신용도나 담보 대신 '프로젝트', 즉 사업계획의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 중의 하나입니다. 다만 국내에서 통용되는 PF는 통상 부동산 PF를 지칭하는 것으로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고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아파트, 주상복합, 상가 등을 지으면서 미래에 들어올 분양수익금을 바탕으로 금융사에서 돈을 대출 형태로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돈이 풀리자 건설업계와 금융업계는 PF를 바탕으로 이익을 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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