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으로 분자를 설계해 신약을 만들거나 가상의 핵융합 실험도 할 수 있습니다."
지앙 파올로 바씨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웍스 총괄대표(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시뮬레이션 영역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대전환(DX) 기술로 가능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환자의 데이터를 충분히 받으면, 신약을 환자에 투여한 뒤 반응을 알아보는 임상시험도 시뮬레이션으로 가능하다"며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다쏘시스템은 3차원 설계와 시뮬레이션 분야 세계 1위 프랑스 기업으로 연매출 7조4000억원에 시가총액만 66조원에 달한다. 이 회사가 제공하고있는 3D익스피리언스 웍스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은 반도체, 자동차, 항공기, 선박, 산업장비, 발전소, 도시 등 설계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아 140개국 27만개 회사와 25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그는 "다쏘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실제 심장과 똑같이 뛰는 심장을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해내 의대생들이 가상으로 수술해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인체에 가장 적합한 의료보형물과 합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다. 실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티니코의 경우 척추 기형 환자들을 위한 보형물을 만들기위해 생체 의료용 합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했다. 또 물질의 원자 단위 이하의 물리 화학적 성질도 데이터화했기 때문에 핵융합 기술이나 새로운 원전 기술, 양자컴퓨터와 반도체 신소재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회사의 AI, 머신러닝(기계학습),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DX기술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실제 실험결과와 거의 유사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산업계에서 가상환경 내 파괴테스트'시뮬레이션만 통과해도 인증해 주는 국가가 상당하다"며 "우주 항공산업의 경우 시뮬레이션 테스트가 업계 표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AI가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디자이너가 디자인 목적과 간략한 조건 사항만 입력하면 구체적인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아도 AI가 최적의 형상을 제안하는 식이다. 그는 "실제 오토바이 엔진 덮개에 대한 디자인을 AI에 맡겼더니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디자인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좌우 비대칭 디자인을 AI가 제안해 무게도 가벼워지고 엔진 효율도 높아 최근 오토바이 디자인의 트렌드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고객사의 제조 혁신이 용이하도록 3D익스피리언스 웍스내 디자인, 시뮬레이션, 제조, 데이터관리, 마케팅 등을 클라우드내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했다"고 소개했다. 또 DX시대에 발빠른 대응을 위해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내에 응용프로그램 공유 플랫폼(마켓플레이스)을 개설해 신규 비즈니스모델 창출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제조업의 설계 흐름에 대해 물어보니 "재활용이 가능하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유럽의 한 항공사는 이 회사와 함께 노후 항공기를 분해해 새로운 항공기로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상 환경에서 항공기 앤진 내 수만개의 부품별 수명과 고장 유무를 확인한 뒤, 교체해 조립해보고 정상 가동 유무를 시뮬레이션 해보는 식이다. 그는 "미래 수요는 제품이 아닌 서비스 중심으로 형성돼 '경제의 서비스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싸고 좋은 품질의 제품보다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며 "'지속 가능 경영'과 '순환경제기술'도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는 "경기침체 국면 속에서도 혁신기업들은 부품, 원자재 등 공급망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인력 확보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며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리질리언스(회복 탄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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