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코르뷔지에는 1915년 ‘도미노(Dom-Ino House)’로 불리는 구조를 발표해 명성을 얻었다. 최소한의 철근 콘크리트 기둥이 모서리를 지지하고, 벽체가 아니라 기둥이 바닥판을 지탱하는 구조다. 이 덕분에 채광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자유롭고 다양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주한 프랑스 대사 업무동도 이 구조로 설계했다.
김 건축가는 1959년 한국에 있던 로제 샹바르 대사에게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설계를 제안받았다. 그의 설계안은 총 7명의 프랑스 유명 건축가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안으로 채택됐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곳곳에는 한국의 정취가 스며있다. 하늘을 사뿐히 받치고 있는 한옥의 지붕처럼 업무동은 콘크리트 지붕이 날렵하게 휘어 올라갔다. 대사관저는 지붕 처마선이 수평으로 뻗어 남성적인 느낌이다. 김 건축가는 프랑스대사관에 대해 “한국의 얼을 담고, 프랑스다운 우아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피눈물 나는 작업이었고, 나의 작품 세계에서 하나의 길잡이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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