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2일 폐막한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는 물론이고 23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도 뚜렷한 후계자를 내세우지 않았다. 공산당은 당 헌법 격인 공산당 당장(黨章)에 시 주석으로의 권력 집중을 명시했다. 3연임을 넘어 10년 이상 추가 집권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계자는 또 안 보여
이날 1중전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 시 주석에 이어 두 번째로 입장한 리창 상하이 당서기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무원 총리로 임명될 전망이다. 그는 올해 63세로, 5년 뒤에는 68세가 된다. 69세인 시 주석이 연임하면서 공산당의 불문율인 ‘7상8하(만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가 깨지긴 했지만 한 번 집권하면 10년은 유지하는 중국 관례상 리 당서기가 차기 지도자에 오르기에는 나이가 많다는 지적이다.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딩쉐샹 주석비서실장이 60세로 비교적 젊다. 시 주석이 그에게 상무부총리를 맡겨 경력을 쌓도록 하면서 후계자로 키울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성·시에서 당서기 등의 우두머리 업무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게 결정적 약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5년 뒤 21차 당대회에서나 후계자가 선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산당은 전날 당장 개정안을 2269명 대표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공산당은 개정 당장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결의문을 통해 19차 당대회에서 당장 개정으로 삽입했던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새로운 발전을 당장에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폐막 연설에서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영도를 수호하고 정치 규율과 정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기에 이어 시 주석 1·2기에도 명목상으로나마 유지됐던 집단지도체제가 종료됐음을 알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시 주석은 ‘인민영수’ 칭호를 굳혔다. 당대회 기간 열린 토론회에서 간부들은 잇달아 인민영수를 거론했다. 중국 건국 이후 영수로 불린 지도자는 사실상 ‘위대한 영수’ 마오쩌둥뿐이다.
“소득분배 질서 바로잡겠다”
공산당은 이번 당장 개정을 통해 ‘전체 인민 공동부유(共同富裕)의 점진적 실현’과 ‘국내 대순환 중심의 쌍순환 발전 구도’를 명기했다. 당장에 이미 공동부유가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핵심 경제 의제로 뚜렷하게 부각시켰다는 평가다.시 주석은 지난 16일 당대회 개막식에서 “합법소득을 보호하고, 지나치게 높은 소득을 조절하며, 불법소득을 단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재산 축적의 메커니즘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보유세 등 재산세, 상속세, 부유세 등을 신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부유층에 경고를 보낸 것이자 더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쌍순환 전략은 ‘개혁개방’의 반대말로 해석된다. 미국의 견제가 거세지자 내수 중심으로 경제를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내세운 게 쌍순환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 주석이 수시로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것과 연결된다. 공동부유와 쌍순환의 기조 아래 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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