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수서역세권 개발 사업과 연계해 강남구 수서차량기지를 복합개발하는 구상을 밝혔다. 지역 기피시설로 전락한 철도 차량기지를 이전하는 대신 철로 상부를 인공 데크로 덮고 그 위에 주거·상업시설,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차량기지 존치·이전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에 마침표를 찍고, 고밀 개발부지를 확보해 도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파리 리브고슈 지역은 과거 철도·해상교통이 발달한 도심 공업지역이었지만, 1960년대부터 산업구조 변화에 뒤쳐지면서 낡고 오래된 공장과 창고가 모인 미개발 지역이 됐다. 파리시는 1990년대부터 이 일대 도시환경 개선 차원에서 민간 자본을 유치해 지상 터널을 만들 듯 철로 상부를 덮어 인공 지반을 조성하고 상업·공공시설, 민간·임대주택, 녹지공간을 개발했다. 민간 부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건물의 고도 제한을 37m에서 137m로 대폭 완화하는 당근책도 나왔다. 기업과 자본, 사람이 모여들면서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선순환 개발 효과가 나타났다.
현재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는 철도차량기지는 수서차량기지를 포함해 총 9곳이다. 조성 뒤 시간이 흐르고 각 차량기지 주변 개발이 활성화하면서 철로를 경계로 한 지역 단절과 그에 따른 불균형 개발의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지역 정치인들과 기초단체장 선거 때마다 차량기지 이전이 단골 공약이 되는 이유다. 하지만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해 관련 논의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제시한 차량기지 복합개발 구상은 선거 이슈로 변질되는 민생 문제를 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각 지역 차량기지 복합개발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조달이 관건이다. 불확실한 사업성으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장담할 수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차량기지 이전을 고수하는 정치권과 각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 자체가 또 다시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 시장은 “리브고슈 사례를 보니 철로 복합개발 지역이 주거나 업무공간 어느 용도로 쓰더라도 부족함이 없다”며 “민간의 창의적인 제안을 폭넓게 수용해 효과적인 실현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파리=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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