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의 작품에 기후활동가들이 매시드 포테이토(으깬 감자)를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영국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 토마토 수프를 던지는 등 명작들을 '공격'하는 환경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환경단체 '레츠테 제너레이션(Letzte Generation)'의 활동가들은 23일(현지시간) 독일 포츠담의 바르베리니 미술관에서 모네의 '건초더미(1890)'에 매시드 포테이토를 던졌다. 이들은 손으로 매시드 포테이토를 집어서 그림에 뿌린 후, 그림 아래 앉아서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벽에 붙이는 시위를 벌였다.
건초더미는 유명 콜렉터인 해쏘 플래트너가 2019년 경매에서 1억1070만달러(약 1585억원)에 구매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술관은 플래트너로부터 작품을 대여했다.
작품은 유리 액자 덕분에 훼손되지 않았다. 레츠테 제너레이션은 성명을 통해 "홍수, 폭풍, 가뭄 등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과 대조적"이라며 "모네는 자연을 사랑했는데, 어떻게 사람들은 모네가 그토록 동경했던 우리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보다 이런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가"라고 밝혔다. 미술관은 오는 26일부터 이 작품을 다시 전시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대중에게 충격과 경각심을 주기 위해 명작들을 공격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저스트 스탑 오일'이라는 이름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었다.
거장의 예술작품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분노했고, 이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자 저스트 스탑 오일은 성명을 통해 "예술이 생명, 식량, 정의보다 더 소중한가"라고 반문했다. 작품은 유리로 보호돼있어 손상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7월 내셔널갤러리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복제본과 존 커스터블의 '건초 마차' 액자에 접착제로 자신의 손을 붙이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중의 반응은 엇갈린다. '충격적인 방법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반응이 있는가하면, '예술작품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문화위원회는 지난 8월 "이런 종류의 시위가 사람들이 사랑하는 예술작품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시위 중단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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