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조작이나 과도한 경쟁 없는 ‘힐링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개발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어 소규모 게임사들이 앞다퉈 힐링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힐링 게임은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일인칭 슈팅(FPS) 게임처럼 확연히 구분되는 장르가 아니다. 많은 조작이 필요하지 않고 경쟁 요소도 크지 않은 게임을 통칭하는 말에 가깝다. 게임으로 얻는 짜릿한 쾌감은 없지만 대신 스트레스 요소도 최소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연구진이 발표한 ‘힐링 게임의 개념과 주요 특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힐링 게임은 “이미지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메커니즘 측면에서 자기 조력적 치료나 스트레스 완화 및 정신적 안정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련의 게임”이다. 주요 특징으로는 △심리적 안정과 치유감 전달 추구 △추상적 서사와 다양한 정서 경험 강조 △여유로운 게임 경험 보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패배와 좌절의 경험을 배제하는 등 긍정적 게임 경험을 보장함으로써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도피처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힐링 게임으로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나 1인 개발로 시작해 세계적으로 2000만 장 이상 판매된 농촌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듀 밸리’ 등을 들 수 있다. 별다른 서사 없이 농작물을 키우거나 곤충을 채집하는 등 게임 내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업체들이 만든 힐링 게임도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다. 네오위즈 자회사인 하이디어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고양이와 스프’는 출시 1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27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힐링 모바일 방치형 게임’을 표방하는 고양이와 스프는 만화풍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손쉬운 조작법이 특징이다. 고양이들이 만들어낸 스프와 음료를 판매하면 옷, 액세서리, 가구 등 아이템을 구매해 자신만의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해 넷플릭스에서 즐길 수 있는 첫 번째 한국 게임으로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기존 게임과 다르게 게임 내 광고와 인 앱 구매를 없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네오위즈는 게임 업데이트와 유지·보수 등을, 넷플릭스는 글로벌 퍼블리싱을 담당한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 간 파트너십을 통해 네오위즈의 다양한 게임을 넷플릭스에서 선보여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위메이드커넥트의 ‘어비스리움’도 2016년 출시 이후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힐링 게임이다. 산호석을 통해 얻은 게임 내 재화 ‘생명력’을 통해 다양한 물고기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나만의 수족관을 꾸밀 수 있다. 최근 일본 시장에서 ‘역주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명 캐릭터 ‘미피’와 제휴하는 등 외부 지식재산권(IP)과의 협업과 힐링 게임의 인기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에는 일본 인기 게임 ‘버블 보블’ 캐릭터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 라이징윙스는 지난달 ‘캠핑 캣 패밀리’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했다. 고양이들과 함께 캠핑장에서 캠프파이어를 하거나 기타를 연주하며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는 방치형 게임이다. 버려진 고양이들을 위해 캠핑장을 재건하는 게 게임의 목표다. 캠핑장이 성장할수록 고양이들의 상호작용이 늘어나고 희귀한 동물 손님이 방문한다. 낚시와 요리 등 다양한 활동도 할 수 있다. 게임 수익금 일부를 공익 단체에 기부하는 등 동물 구호 활동도 할 예정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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