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카카오 국감'이 됐다.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수장들이 나란히 국정감사장에 섰지만 최근 초유의 '먹통' 사태를 빚은 카카오에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사진)은 연거푸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 센터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불편을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이슈로 국회에 출석했던 김범수 센터장은 올해는 '카카오 먹통' 사태로 국감장에 불려나왔다. 창업자이자 카카오의 미래를 고민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고 있는 만큼 여야는 김 센터장이 이번 사태에 총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날 국감장에선 카카오 먹통 사태에 따른 피해 보상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구체적 피해 보상 계획을 묻는 의원들 질문에 그는 "약관 이상의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되풀이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대국민 피해 보상은 유료 서비스의 경우 약관에 따라 지급했거나 약관 이상의 보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무료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어 이 부분은 피해 사례를 접수 받는 대로 피해를 받은 이용자나 단체 등과 협의해 피해보상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유·무료 서비스에 따라 보상을 구분하는 김 센터장을 두고 의원들 비판이 잇따랐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무료 서비스 이용자가 없다면 지금의 카카오가 있었겠느냐. 카카오는 가입자가 많아서 수익이 것"이라며 "유료와 무료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 없다. 개념을 정리해 피해보상 부분을 다시 답변해 달라"고 지적했다.
하영제·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구체적 피해 보상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특히 무료 서비스 보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2018년 KT 아현 화재처럼 피해 증빙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도 일괄적인 지원금 지급을 검토했는데, 그럴 의사가 있느냐"는 허 의원 질의에 김 센터장은 "일괄적인 규모의 지원금 지급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기업 수준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면서 "서버 이중화 등 촘촘한 단계들이 있는데, 이 부분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남궁훈 대표의 사퇴에 따른 경영 일선 복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김 센터장은 "전문적 영역에서 전문경영인이 저보다 훨씬 더 역량을 나타낼 것"이라며 "경영에 나설 생각은 없다. 카카오는 실질적으로 제가 없는 구조가 꽤 오랫동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자로서 지금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한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국감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GIO 역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네이버의 서비스 장애를 사과했다. 다만 카카오에 비해 서비스 장애 정도가 크지 않아 네이버를 향한 질타는 적었다.
그는 "이번 민간 데이터센터(IDC) 화재 사태로 서비스 장애가 생긴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직원들이 매뉴얼대로 움직여 장애가 빠르게 복구됐지만, 이용자 불편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박성하 SK C&C 대표도 데이터센터 화재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박 대표는 "임직원 일동이 엄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면서 "보상에 대해서는 사고 원인 규명이 이뤄지기 전에라도 적극 협의에 임할 것이다. SK C&C뿐만 아니라 SK그룹과도 관련된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