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류학자인 권헌익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사진)가 올해 영국 학술원(British Academy) 회원(Fellow)으로 뽑혔다. 1902년 설립된 영국 학술원은 국내외 회원이 약 1400명이며, 영국에서는 매년 최대 52명을 신규 회원으로 선발한다.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사회인류학 석좌교수로 일하는 그는 베트남전쟁과 6·25전쟁, 그리고 아시아의 냉전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실증적 현장 연구자로 명성이 높다. 권 교수는 “한국인으로 처음이면서 한국학 연구자로서도 처음 영국 학술원 회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학 등 아시아학 연구 방향을 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학술원의 인류학, 아시아학, 현대사 관련 3개 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학술원에서 영국 국가 연구비를 배분하는 일과 인문사회 연구의 향방을 선도하는 일에 관여하게 된다.
권 교수는 세계 인류학과 한국학 분야 주요 상을 휩쓸었다.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종교인류학적으로 접근해 유족들의 문화를 연구한 ‘학살, 그 이후’로는 ‘인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인류학회 기어츠상을 받았다. 2009년엔 동남아시아 연구 부문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조지 카힌상을, 2019년엔 저명한 프랑스 구조주의 인류학자의 이름을 딴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상을 받았다.
권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다니다가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로 옮겼으며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사회인류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맨체스터대, 에든버러대, 런던정경대를 거쳐 2011년 케임브리지대에 자리를 잡았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