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유동규의 변심

입력 2022-10-24 17:57   수정 2022-10-25 00:21

구속 피의자들은 통상 세 단계의 심리 상태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처음엔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검찰, 고소인 등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엔 혐의 자체를 부인(否認)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이게 죄라면 죄가 안 될 게 어디 있느냐” 며 매달린다. 그러나 그것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결국 사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상황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함께 일했던 사람이 밖에서 유유자적하며 자신은 떳떳하다고 큰소리를 친다면? 아무도 감옥에 있는 자신의 고단한 처지를 알아주지 않고 외면한다면? 이런 경우 1단계에서 곧바로 3단계로 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 전문가들의 경험담이다. 범죄 사실을 조기에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경우다. 이런 식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는 정계 비리 사건과 대규모 담합사건 등이 적지 않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심경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불리는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 피의자다. 그는 1년간의 구속기간 만료 후 출소하자마자 연일 이 대표를 향해 폭탄 발언을 던지고 있다. 검찰에 이 대표 측근의 정치자금 8억여원 수수 사실을 털어놓은 데 이어 출소 후엔 “10년간 (그들과) 같이해 너무 잘 안다” “천천히 말려 죽이겠다” “이재명의 죗값은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가 자신과 관련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꼬리 자르기에만 급급한 데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검찰 수사 협조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주변 관측이다. 그는 “의리?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라고 했다. 검찰에 회유당한 것 같다는 민주당 측 반응엔 완전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든, 그의 변심으로 이 대표 관련 검찰 수사가 완전히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제 관심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쪽으로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소개했던 사람들이다. 김 부원장은 이미 구속됐고, 정 실장은 출국금지당했다. 그들은 유 전 본부장과 다를까.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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