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매킬로이의 무기는 아이언이었다. 트레이드마크인 ‘초장타 드라이버’는 명성 그대로였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이날 매킬로이의 평균 비거리는 361.7야드로, 전체 출전 선수 중 1위였지만 티샷 페어웨이 안착률은 50%에 그쳤다.
들쭉날쭉한 드라이버 샷을 살린 것은 날카로운 아이언이었다. 12번홀(파4)에서는 티샷이 페어웨이를 완전히 벗어나 나무 아래 떨어졌지만, 아이언으로 225야드를 날려 공을 그린에 올렸다. 그렇게 버디를 잡았다. 15번홀(파4)에서도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지만, 완벽한 벙커샷으로 버디를 낚았다. 이날 매킬로이의 그린 적중률은 83.33%에 달했다.
우승이 확정된 뒤 그는 “지난 1년간 이 자리(세계랭킹 1위)로 돌아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골프를 사랑하고 즐기면서 플레이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보여줬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매킬로이가 강한 이유로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스윙’을 꼽는다.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에 한 번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실제 매킬로이는 ‘프로들의 스승’으로 불린다. 그의 스윙을 따라 하려는 투어 프로들이 많아서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자 사소 유카(21·일본)가 대표적이다. 유카는 “매킬로이의 스윙을 보며 공부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코리안투어 간판 서요섭(26)과 김영수(32)는 이번 대회 기간에 매킬로이의 스윙 장면을 SNS에 올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매킬로이의 장타 비결은 빠른 스윙에 있다. 골프선수로는 크지 않은 키(175㎝)를 빠른 몸통 회전으로 커버한다. 스윙을 마친 뒤엔 마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완벽하게 멈춰 선다. 골프교습가인 이가나 프로는 “스윙하는 동안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피니시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타 욕심’은 그를 슬럼프에 빠뜨린 원흉이 되기도 했다. 근력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덩치를 키운 브라이슨 디섐보(29·미국)에게 2020년 ‘티샷 비거리’ 부문 1위 자리를 내준 데 자극받아 스윙을 바꾼 것. 결과는 혹독했다. 비거리를 조금 더 얻은 대신 정확도를 잃었다. 이로 인해 2020년에는 1승도 올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스윙 코치를 추가 영입하며 정확도를 높이는 스윙으로 돌아갔다. 약점으로 꼽히던 퍼팅도 개선했다. 이번 대회에서 매킬로이의 퍼팅 이득 타수는 0.382타였다. 같은 거리에서 다른 선수보다 퍼팅으로 0.382타를 벌었다는 얘기다.
매킬로이는 이날 자신의 커리어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워준 더CJ컵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내년 3년 연속 우승 타이틀을 노리는 대회가 두 개 있다”며 “캐나다 오픈과 더CJ컵”이라고 했다. 내년 더CJ컵이 한국에서 열릴지는 미정이지만 어디서 열리든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리지랜드=정인설 특파원/조수영 기자 surisur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