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토종 치과 구강스캐너 기업인 메디트를 3조원대에 인수한다. 지난해 8월 국내 1위 보톡스 업체 휴젤을 인수한 지 1년 만에 또다시 ‘빅딜’에 성공했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디트 경영권을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과 매각자문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GS·칼라일 컨소시엄을 2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주 진행한 본입찰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참여한 가운데 GS·칼라일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 대상은 유니슨캐피탈과 창업자 장민호 씨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한 메디트 지분 100%다. 전체 인수금액은 3조원대 초반 수준이다.
GS가 자금의 10%를 대고 나머지는 미국 PEF인 칼라일그룹이 조달할 예정이다. GS는 향후 칼라일이 회사를 매각할 경우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슨캐피탈과 GS 컨소시엄은 이달 중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메디트는 3차원(3D) 치과용 구강 스캐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칼라일과 컨소시엄 전략 주효…오너 4세 허서홍 부사장 주도
이번 거래 역시 휴젤 인수 주역이자 그룹 오너가 4세인 허서홍 ㈜GS 부사장이 이끄는 미래사업팀에서 주도했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휴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전무 승진 3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이번 거래까지 1년 만에 최대 약 5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셈이다.
칼라일은 GS의 ‘우군’으로 나섰다. 칼라일은 세계 3대 사모펀드(PEF)로 꼽힌다. 칼라일은 메디트 인수 시도 두 번째 만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칼라일은 2019년에도 메디트 인수를 추진했으나 가장 높은 가격을 베팅한 유니슨캐피탈에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칼라일은 거래 초반부터 GS와 컨소시엄을 꾸려 적극적으로 거래를 추진해왔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GS가 허태수 회장(사진) 체제 이후 M&A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며 “이번 거래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GS가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하면서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메디트는 유니슨캐피탈에 인수된 뒤 글로벌 구강스캐너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3위권 회사로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영업망 조직을 신설하는 등 해외 영업을 적극 확장한 결과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률을 높였다. 매출은 유니슨이 인수한 2019년 722억원에서 지난해 1906억원으로 뛰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같은 기간 367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증가했다.
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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