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알음알음' 매각, 文정부서 급증…18% 싸게 팔았다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2-10-25 12:00   수정 2022-10-25 12:48

정부가 국유재산을 시세보다 18% 싼 가격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 형태로 '알음알음' 자산을 팔면서 '헐값 매각'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수의계약 비중은 지난 2017년 90%를 넘어선 후 최근 98%에 육박하고 있다.
방만한 국유지 매각…18~23% 싸게 팔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5일 '국유재산 매각 효율성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국유재산이 18~23% 싸게 매각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2007~2018년 중 매각된 일반재산 국유지 매각 전수자료 19만건을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토지매각 자료 730만건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토지의 지역적 특성과 거래시점 등은 통제했다. 같은 지역에서 거래된 유사한 토지의 가격과 비교하거나, 매각된 국유지가 다시 반복거래된 사례 등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시군구 단위로 구분할 경우 21.9% 낮은 가격에 매각됐다. 읍면동은 19.4%, 리 단위에서는 22.8% 값이 낮았다. 국유재산이었다가 매각된 토지가 다시 반복매매된 경우만 봐도 국유재산 매각시 18.2% 낮은 가격에 팔린 것으로 조사됐따.

계약형태별로 구분하면 수의계약으로 했을 경우엔 민간 대비 16.8~19.9% 낮은 가격에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쟁계약의 경우 민간 예상 가격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경쟁계약을 했다면 제값을 받을 수 있던 국유재산이 수의계약을 통해 낮은 가격에 매각된 셈이다.

수의계약 비중은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다. 국유지 매각을 담당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국유지 수의계약 비중은 지난 2013년에는 75% 정도였다. 하지만 2015년 88.8%로 크게 높아지더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90.1%를 기록해 90%대를 처음 넘어섰다. 2018년엔 92.3%로 집계됐다. 2018~2021년 토지와 건물을 합친 국유재산의 수의계약 비중은 연평균 97%에 육박했다.
"경쟁계약이 기본원칙, 예외 최소화해야"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국유재산 매각은 경쟁계약이 기본원칙이다. 하지만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거나, 공공부문에 매각하는 경우 등은 예외로 인정한다. 문제는 이같은 규정이 지나치게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도 지난 2019년 "수의계약중 다수가 국유지 점유자나 인접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유재산 수의계약 매각 사유별 비중은 국유지 점유자가 21%로 가장 많았다. 인접지 소유자는 18%였다.

KDI는 "국유지가 수의계약을 중심으로 민간 대비 낮은 가격에 매각되고 있으므로 수의매각의 예외규정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향후 재정여력 감소로 국유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하는 만큼 중장기적 관리체계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청사 등 국공유 부동산 사용에 대해 시장원리를 도입해야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국유재산 매각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향후 5년간 16조원 규모의 재산을 팔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수의계약 비중을 최소화하고 경쟁입찰을 통한 매각을 대폭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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