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회에서 진행된 새 정부의 첫 본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경제와 안보 위기를 강조하며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며 이재명 당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 수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나랏빚은 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면서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5월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추경안도 국회의 초당적 협력으로 무사히 확정 지을 수 있었다"며 "정부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놓은 예산안은 국회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대표의 수사에 반발하며 시정연설을 보이콧,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대신 로텐더홀에 집결해 '국회 무시 사과하라!', '이 XX 사과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민생외면 야당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민주당은 그간 비속어 논란, 대장동 의혹 관련 특별검사법(특검) 수용 등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응답하지 않은 채 국회를 방문했다면서, 이를 국회와 야당을 무시한 것으로 보고 사과를 촉구한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뒤로는 막말 정쟁을 하고 민생을 외면한 채 야당 탄압과 협치 파괴로 입법부를 부정하는데, 또다시 시정연설로 국회를 기만하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의총에서 "이번 사태는 정상적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 포고"라며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회 '이 XX' 중 한 명으로 투쟁하겠다"며 "참 나쁜 대통령, 언젠가는 큰코다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국회 로텐더홀에 들어오자 침묵시위를 벌였으나, 윤 대통령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본회의장으로 입장하자 일부 의원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장실로 향하자 다시금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