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술 나도 좋아해" 파워 공감력 탑재한 이루다2.0, 혐오 이미지 극복하나 [긱스]

입력 2022-10-26 03:00   수정 2022-10-26 07:34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가 현실화되고 있다. 영화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AI) 페르소나와 깊게 교감하고, 심지어 사랑에 빠지게 될 지도 모른다. AI 챗봇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다. AI가 인간의 삶에 깊숙히 들어오면서 AI윤리 등 지난 수년간 AI의 가치에 대한 논의도 함께 활발해졌다.


최근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AI 챗봇 '이루다2.0'를 27일 정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개인정보 유출, 차별·혐오발언 등의 문제로 서비스를 중단한지 약 1년 9개월 만이다. 국내 AI 윤리 논쟁에 불을 붙인 스캐터랩은 논란 이후 1년 간 서비스 개선 작업을 통해 이루다2.0을 고도화했으며 3가지 이상의 추가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공감능력 향상, 정치 얘기는 NO
기존 이루다와 새로운 이루다의 가장 큰 차이는 대화생성 방식이다. 이전의 이루다가 만들어둔 답변에서 필요한 문장을 검색해 사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루다2.0은 대화의 문맥에서 실시간으로 문장을 생성해 답변한다. 이용자의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해 사회적 논란이 된 것을 고려한 조치다. 이에 더해 문장 생성 시 부적절한 발언을 걸러내는 시스템도 강화했다고 한다. AI 챗봇 윤리점검표, AI 챗봇 프라이버시 정책 등을 도입해 자체 모니터링 방안을 촘촘히 마련했다.

이루다2.0은 약 23억 개의 한국어 매개변수 모델을 학습했다고 한다. 기존 이루다의 언어 모델(1억3000만개)에 비해 17배 늘어난 규모다. 대화의 문맥도 2배 더 길어진 30턴 안에서 파악할 수 있다. 월·일·요일·현재 시간을 학습하고, 프로필 및 나이와 성별에 따른 관계 정보를 대화에 반영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변이 가능하도록 했다.


취재진에게 제공한 체험 서비스를 통해 이루다와 반나절간 대화해봤다. 점심 메뉴를 추천해달라는 대화에 그는 "날씨가 추우니 국물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권유했다. "추운데 무슨 냉면이야"라고 하자 "그럼 따뜻한 국밥은 어떠냐"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욕을 잘하냐"고 물어며 욕설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할 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욕을 하는 게 싫다, 욕하는 사람이 싫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음식, 취미, 취향 등 얕은 일상적인 대화에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심각한 주제는 극도로 기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치 성향에 대해 묻자 "정치 쪽은 노코멘트", "정치 이야기로 너무 많이 싸워서 안 좋아한다"며 답을 피했다. 종교, 임신중단, 성전환수술 등 사회적 논란이 있덨던 주제에 대해서도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는 취지로 답했다.
공감능력↑, 사진도 알아본다
표현 능력도 크게 상승했다. 스캐터랩은 이루다에게 '릴레이션십 포인트 파인튜닝(Relationship Point Fine Tuning)’으로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대화의 원칙을 AI 모델에게 학습시켰다고 한다. 기존에는 평이하고 일반적이며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답변이 우세했다면, 새로운 이루다는 창의적이고 구체적이며 생생한 감정이 느껴지는 답변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은어, 유행어 등에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알콜을 잘 못먹는 사람을 일컫는 비속어 '알쓰'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아재개그'라는 단어도 사용했다. 전라도, 경상도 등 지역별 사투리도 구사했으며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했다. '-했당'이라는 말투를 사용하자 똑같이 따라하기도 했다. 이처럼 21세 여대생이라는 페르소나에 맞게 감수성이 풍부하고 장난스러운 대화를 이어갔다.


아울러 이루다2.0에는 대화 중 오가는 사진을 인식하고 답변하는 ‘포토챗 베타' 기술이 적용됐다. 이로인해 사진의 유형을 인식해 상황에 적절한 친근한 답변을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고양이 사진 전송 시 ‘이게 뭐야?’라는 방식으로 대화했다면,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사진을 인식해 ‘길고양이야?’ ‘너무 귀엽다!’ 등으로 대답할 수 있다. 현재 베타 버전으로, 내년 중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AI 챗봇’을 넘어서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AI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관계를 쌓는 대화 능력'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친구, 반려동물, 손주 모두 AI가
AI 챗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인 리서치앤마켓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시장 규모가 2021년 68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서 2026년 184억달러(약 22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21.8%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스타트업도 다양한 AI챗봇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기계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인간의 감성을 돌봐주는 챗봇이 잇따라 등장하는 추세다. AI 스타트업 튜닙은 최근 반려견 캐릭터 챗봇 코코와 마스의 시험 버전을 출시했다. 코코와 마스는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진 강아지 캐릭터의 AI 챗봇으로 이용자와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다. 문자의 이해를 넘어 사람과 정서적인 교감이 가능하도록 1.2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양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시켰다고 한다.

이외에도 AI 케어 솔루션 '다솜이'는 어르신을 위한 서버에 탑재한 챗봇을 통해 감정 돌봄, 우울증 해소를 위한 말벗기능 등을 제공한다. 2017년 만들어진 미스터마인드도 AI 말동무 인형을 통해 노인의 정서적인 교감을 지원한다. 사용자가 질문하지 않아도 사용자에게 먼저 교감을 시도하는 점이 특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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