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기소된 전 기무사 참모장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 장용범 마성영)는 2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지모 전 참모장들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유가족 첩보 수집은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국정조사 등과 관련해 정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국내 정치에 개입할 목적으로 벌인 행위로 기무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군 정보기관이 불법행위를 반복하지 않고 신뢰를 회복하려면 피고인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 후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들을 법정구속했다.
김 전 참모장과 지 전 참모장은 2014년 4∼7월 '세월호 정국'을 타개하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회복시키기 위해 세월호 유족의 개인정보와 동향을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정부 비판적 단체의 집회계획을 재향군인회에 전달해 장소를 선점하게 하거나 '맞불집회'를 여는 데 활용토록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등 여론 조성 작업을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법정에서 당시 행위가 윗선의 지시로 이뤄진 만큼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찰을 주도한 이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은 명백한 위법행위임을 인식할 수 있었지만,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이행했다"고 질책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받다가 2018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세월호 유가족 단체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이날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유죄 판단은 당연하다"면서도 "죄질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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