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자 하는 동기가 유지됐는지 여부에 안심소득 실험의 성패가 달렸다.”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25일 서울시청을 찾은 헤이키 힐라모 헬싱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힐라모 교수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이뤄진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을 총괄했다. 현재는 기술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사회보장 모델 모색을 위한 연구 책임자로 한국의 소득보장 실험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시를 찾았다.
힐라모 교수는 궁극적으로 서울시가 안심소득 실험 성공의 척도로 무엇을 두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김 부시장은 “안심소득은 일할수록 가계소득이 늘어나도록 설계돼 근로 동기가 생기도록 했다”며 “일하는 복지정책이 정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양극화가 견고해지는 것을 막는 게 목표라고 김 부시장은 덧붙였다. 그는 “과거에는 교육이라는 사다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역할이 약해졌다”며 “다 같이 골고루 잘 살기 위해 어떤 사회복지 제도가 필요한지 고민한 결과가 안심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안심소득은 소득 하위 25% 이하(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매달 급여를 주는 방식이다. 일정한 금액을 일률적으로 주는 대신 가구 소득에 따라 중위소득 85%의 소득 수준과 비교해 부족한 차액의 절반을 지원한다. 지난 7월 시작돼 총 3년간 급여 지원을 통해 지원 집단과 비교 집단의 안심소득 수급 전후 변화를 파악한다.
기존 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일할수록 가계 소득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노동소득이 생겨도 소득 수준이 하위 33%(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에 해당하면 지원을 이어간다. 특정 소득을 넘기면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게 돼 근로의욕을 꺾던 기존 복지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다르다는 게 김 부시장의 설명이다.
힐라모 교수는 서울시의 안심소득 실험의 정치적 동기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기본소득에 대해 다양한 국가에서 지지하고 정책도 시행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다 달랐다”며 “집권 정당이 진보나 보수냐에 따라 목표하는 것이 다른 성향을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부시장은 “기존 복지정책에서 보호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든 사람이 자존감을 잃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고안한 시스템”이라고 답했다.
힐라모 교수는 오는 12월 열리는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참석해 소득보장 정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 부시장은 힐라모 교수에게 내년 서울시가 출범할 ‘세계 소득보장 네트워크’의 해외 자문단으로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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