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분양은 박근혜 정부가 인허가한 물량이 쏟아진 2017년 4만 가구를 넘긴 후 2018~2020년 절반 수준인 2만 가구 안팎으로 줄었다. 작년에는 분양 물량이 5672가구에 그치며 최악의 공급난을 겪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에게 배정되는 물량을 뺀 일반분양분은 아예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다. 올 들어 현재까지 서울에서 나온 일반분양 물량은 2128가구에 불과하다. 지금 추세라면 작년 일반분양분(2931가구)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만 해도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형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분양 계획이 연달아 어그러지면서 공급이 급감했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1만2032가구)의 상반기 분양이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에 따른 공사 중단으로 무산된 탓이 컸다.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됐던 동대문구 이문동 일대 재개발은 애초 상반기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연거푸 연기된 끝에 해를 넘길 전망이다. 작년 8월 착공한 이문1구역(래미안라그란데 3069가구)은 분양가 산정 문제로 올가을 분양 계획이 무산됐다. 이문3구역(4321가구)은 시공사 교체 요구가 불거진 탓에 분양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끌었던 서초구 반포동 한신15차(래미안원펜타스 641가구)는 조합과 옛 시공사 간 소송으로 분양이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다. 성북구 장위4구역, 은평구 역촌1구역은 각각 상반기와 8월에서 11월로 분양을 늦췄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정비업계 관측이다.
정비업계에선 서울의 아파트 공급 가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주택 공급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 실적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 1~8월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3만1055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5만638가구)보다 38.7% 감소했다. 이 물량이 입주하려면 최소한 2~3년 걸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0년 4만5868가구이던 서울 입주 아파트는 올해 2만3593가구로 줄고, 2024년엔 1만2573가구로 축소될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시장 부침과 상관없이 주택 공급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장기간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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