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25조8800억원어치의 은행채가 발행됐다.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10월 들어서도 이날까지 16조4700억원어치의 은행채가 발행됐다. 전체 발행 채권 대비 은행채 비중은 39.1%에 달한다. 신용도 높은 은행채가 채권 발행 시장을 장악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일반 회사채 수요는 감소했다. 은행채가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회사채를 구축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채 발행을 줄이기 위해 은행 통합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조치를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조치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채권시장안정펀드도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83개 금융회사를 통해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인데, 펀드를 꾸릴 때 각 금융사가 돈을 마련하려면 결국 채권을 발행해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대출도 늘어나고 있어 은행들의 자금 조달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9조4000억원 늘어난 115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9개월 연속 증가세다.
은행채뿐만 아니라 신용도가 높은 산금채(산업금융채권)와 중금채(중소기업금융채권) 발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부 대책에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와 CP(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을 8조원에서 16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회사채와 CP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하면 회사채 구축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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