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가'…네이버가 판돈 키우는 이유 [안재광의 대기만성's]

입력 2022-10-26 14:41   수정 2022-10-26 15:15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인데요.
도박판에서 판돈을 키우기 위해
이렇게 묻고, 더블로 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판돈이 커지면 이겼을 때
그만큼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졌을 땐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죠.
판돈, 그러니까 기존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를 보이면
더 큰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
묻고 더불로
판을 키워 보는 것인데요.
이렇게 해서
성공한 기업은 우리가 잘 아는
대표 기업이 됩니다.
국내에선 반도체로 판을 키운
삼성전자가 대표적이고.
미국에선 아마존 같은 회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망했거나,
간신히 살아서
명맥만 유지하는 회사도
적지 않습니다.
묻고 더불로 가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도 큽니다.


대단한 기업의 만만한 성공 스토리
대기만성스. 이번 주제는,
성장 아니면 차라리 죽겠다.
묻고 더불로 간 네이버 입니다.


네이버 같은 회사를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
라고 흔히 합니다.
플랫폼은 기차나 지하철
타는 곳을 가르키는 말인데요.
승객과 기차를 연결하는 것.
그러니까 네이버는
검색 이용자와 광고주를
연결하는 게 핵심입니다.


플랫폼 사업은 굉장히 매력이 있죠.
사람들이 기차 타러 오게만 하면,
철도를 여기저기 깔아서
부산도 가고, 광주도 가고
노선을 계속 확장할 수 있습니다.
요즘 기업들이 뭐만 하면
플랫폼 사업 하겠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사업하는 입장에선
플랫폼 사업이 매력적입니다.


네이버가 그걸 잘 보여줬죠.
검색어를 치면 나오는 검색 광고,
화면 곳곳에 노출된 디스플레이 광고.
이런 광고 사업으로 성장을 했습니다.
현재도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광고가 차지 합니다.
여기에 쇼핑까지 추가했어요.


플랫폼에서 김밥도 팔고, 우동도 팔고.
기차표 말고 다른 것도 팔잖아요.
네이버도 소상공인들을 입점 시켜서
물건을 판매하게 했어요.
스마트스토어가 이거죠.
또 검색에 쇼핑 기능을 넣어서,
선크림, 운동화
이런 식으로 검색을 하면
맨 위에 광고비 가장 많이 낸
회사 제품을 보여 줍니다.


네이버의 쇼핑 부문 매출 비중은
계속 늘어서 현재 20%에
이릅니다.
분기당 10조원 이상이
네이버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쿠팡하고 규모가 비슷할 정도에요.


그런데, 네이버의 고민은요.
광고와 쇼핑으로
잘 성장해 왔는데.
이게 전부 내수 사업이라,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
상위 10곳을 보면,
네이버를 제외하고 전부
수출 해서 먹고사는 회삽니다.
국내에서 아무리 잘 해봐야
한계가 있다는 의미겠죠.


네이버도 이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진출이
몇 년 전부터 최우선 순위 입니다.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기차 노선을
중국, 유럽까지 확장을 해보자.
이런 생각을 한 것이죠.
네이버는 이걸 일본에서
10여년 전에 시도를 해봤는데.
대박이 났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통신이 마비되고 대혼란이 있었죠.
이 때 네이버가 메신저 라인을 내놔서
순식간에 메신저 시장을 장악 합니다.
일본판 카카오톡이 된 거죠.
2021년 기준 일본에서만
9200만명이 라인을 썼습니다.
일본 성인의 88%가 라인을
주력 메신저로 쓰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소셜미디어
순위에서 라인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이런 곳을 제치고 1등 자리를 지킵니다.
또, 일본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이런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해서
전세계 1억78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 했습니다.
카카오톡 보다 더 성공을 했어요.


근데, 라인은 온전하게
네이버 거란 말을 못해요.
일본에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죠.
이 회사와 손을 잡고 2019년
5대 5 비율로 합작사를 세우고,
이 합작사가 라인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사회 5명 중 3명이
소프트뱅크 쪽입니다.
공동 경영을 하긴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소프트뱅크가 판단하는 겁니다.
서류상 모기업도
소프트뱅크 입니다.
네이버의 연결 기준 재무재표에
이 합작사 실적은 잡히지도 않습니다.
자식이 잘 되서 좋긴 한데,
내놓은 자식인 셈입니다.


하지만 라인이 큰 성공을 거두자
네이버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승부를 해봐도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2017년 글로벌 투자 책임자,
GIO란 직함을 답니다.
국내 사업은 니들이 알아서 해라.
나는 해외 사업만 챙기겠다.
이런 의미였겠죠.
그리고 나선 해외 투자를
확 늘리기 시작합니다.


미래에셋하고 손잡고 펀드
1조원 짜리 펀드를 만들어서
인도 음식배달 업체 조마토,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
이런데 지분을 샀고.
유럽에서도 수 천억원 짜리
펀드를 조성해서
스페인판 당근마켓
왈라팝 같은 곳에 투자를 합니다.
우선 펀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스타트업 시장에 발을 들이고,
해외 시장을 파악한 겁니다.
잘 할 수 있는 지 간을 본 거겠죠.


그러다가 할 만하다 판단을 했는지.
경영진까지 M&A 전문가로 바꾸고
직접 투자에 나섰어요.
올 초였는데요. 국내외 로펌에서 M&A
업무를 했던 최수연 씨를 대표로,
김남선 씨를 최고재무책임자로
선임을 했습니다.
이들은 캐나다 웹 소설 기업
왓패드를 6600억원에 샀고,
최근 들어선 미국판 당근마켓
포쉬마크란 회사를
2조5000억원 주고 인수를 합니다.


이렇게 네이버가 해외로 나가는 것을,
시장에선 어떻게 봐냐면.
안 좋게 봤습니다.
주가가 대 폭락을 했습니다.
네이버 주가의 최고점이
2021년 7월 기록한
46만5000원인데요.
1년 남짓 지난 올 10월 11일
15만5000원으로 최저점을 찍습니다.
3분의 1토막, 70% 폭락한거죠.


주식 시장이 안 좋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 IT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특별한 악재도 없이
이렇게 까지 주가가 떨어진 것
이례적이기는 합니다.
카카오도 주가가 비슷하게
주가가 폭락하긴 했는데,
카카오는 주요 사업을 하는
자회사들을 줄줄이
상장 시켜서
이중상장 이슈가 불거졌고.
서버에 불까지 나서
사상 초유의 서비스 불능
사건까지 있었어요.
네이버는 별 게 없었는데도
주가가 폭락한거에요.


씨티증권이 얼마 전이었죠.
2022년 10월 초에
네이버 분석 보고서를 냈는데요.
네이버의 주가수익비율, PER이
당시에 22.8배였는데.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페이스북의 새 이름 메타,
중국 알리바바 이런 곳보다
네이버 PER이 높은게 말이 되냐.
당장 네이버 주식 팔아라.
이런 의견을 냈습니다.


시장에선 이렇게 보는 것 같아요.
해외 나가는 건 좋은데,
너무 잔챙이 같은 사업 하는 거 아니냐.
한국, 일본에선 네이버가 구글, 아마존 급인데
미국, 유럽 나간다 하더니 무슨 당근마켓
이런거 한다고 하니까. 장난해.
이런거죠. 그것도 엄청 비싸게 사고.
잘 할지도 모르겠는데.
나가는 국가도 동남아 이런 데가 아니고
미국, 유럽 이런 선진국이라.
이런 나라에서 네이버가 뭘 하겠냐.
원래 잘 했던 검색, 쇼핑
이런거나 유지 해라. 돈 까먹지 말고.


근데, 네이버도 나름 계산이 있겠죠?
네이버가 요즘 새롭게 하는 사업은
대부분 MZ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궁금한 거 검색할 때
네이버 잘 안 쓰잖아요.
유튜브나 틱톡 쓰지.


근데 앞에서 말한 미국 당근마켓
포쉬마크. 여기 보면,
20-~30대 젊은 여성분들이
옷, 액세서리, 인테리어용품
이런 걸 거래하는데요.
이걸 단순히 사고 파는 게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있어서 팔로우 하고,
옷장을 아예 통째로 공유하고
이런 소셜미디어 기능이 있습니다.
이게 업자랑 소비자를 연결하는
B2C 사업이 아니라,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C2C 사업이라,
사람들을 엄청나게
모여들게 하는 대단히 매력이 있는
플랫폼 사업이란 게
네이버의 판단 입니다.


또 중고 시장이란게 아직은
수익모델이 딱 떨어지지는 않는데.
포쉬마크는 거래 수수료로
20%를 따박따박 받습니다.
수익 모델만 확보되면
중고거래 시장이 괜찮거든요.
네이버 뿐 아니라 구찌 같은
해외 명품 업체들까지 요즘 앞다퉈서
중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중고 거래를 우습게 볼 건 아니다는 거죠.


요즘 네이버에서 잘 나간다는
웹툰, 웹소설 같은 콘텐츠 사업도
주력이 MZ 세대 입니다.
이게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광고, 쇼핑은 정체인데
이런 콘텐츠 사업 매출 성장률은
엄청 높아요.


해외까지 잘 되고 있죠.
만화 하면 일본이 대국인데요.
네이버가 일본 전자책 업체
이북재팬, 모바일 앱 라인망가
이런 회사들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국 작품들이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엔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죠.
네이버 웹툰으로 유명한
'문유'란 작품이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는데요.
제목은 '독행월구'였어요.
이게 7월 말 중국 박스오피스 1위 올랐어요.
9월 중순까지 누적 관객수 7000만명,
누적 수입액은 6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네이버는 문유 판권을 쇼박스에 넘겨서
흥행 했다고 돈을 많이 벌진 못했는데.
중국에서 엄청난 가능성을 봤죠.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드라마, 혹은 게임으로
만들어도 해외에서 충분히 통한다.
네이버 웹툰, 웹소설 부문이
나중에 마블, 디즈니가 될 가능성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한 겁니다.


네이버의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인공지능, AI 입니다.
네이버는 2021년 5월에
하이퍼클로바란 이름의 인공지능을
공개 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능이 높은데다 활용도도 높아요.
네이버는 인공지능을 사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써먹고 있죠.
예컨대 광고에 인공지능 기술을 넣어서
사용자 별로 굉장히 정교한
광고를 해서 매출을 늘렸습니다.
쇼핑, 웹툰에도 이런걸 도입해서
사람들의 체류 시간을 급격히
늘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특성 상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똑똑해지고,
그럼 광고든, 쇼핑이든
사람들이 더 돈을 쓸수 있게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자동차나 기계에도
인공지능이 들어갈텐데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가 채택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상당히 높습니다.


앞으로 경기 침체가
온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죠.
그럼 네이버의 광고 수입이
타격을 받을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론 사업을 확장하기 보단
현금을 움켜쥐고 잘 견디는 게
현명해 보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럴 때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기존에 하던거 적당히 잘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묻고 더불고 계속 가서 판돈을 키우고,
먹든 못 먹든 우선 게임을 해보자
이런 전략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네이버란 회사의 성장 DNA를
감안할 때 이런 전략이
맞다고 생각 합니다.
성장성이 없는 네이버.
이건 너무 매력이 없을 것 같아요.
구글, 아마존 버금가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네이버, 눈여겨 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김윤화 PD
촬영 김윤화·이하진·박정호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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