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로 암호화폐(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시장 감독과 투자자 보호를 전담할 기구가 금융위원회에 설치된다.
자본시장을 관장하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유사한 성격의 의결기구를 신설해 가상자산 시장에도 자본시장에 준하는 감독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금융위는 다음달 초 민·당·정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칭)디지털자산 안심거래 환경 조성법(디지털자산법)’ 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법안은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창현 의원이 대표 발의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 코인거래소 등 업계는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할 전담 기구 설치를 놓고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디지털자산진흥청’ 설치를 공약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국정과제에는 디지털자산 전담 기구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전담 부처 설립이 어렵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전담 기구를 금융위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 같은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와 국가보훈처의 보훈부 격상 등으로 조직 개편을 마무리 짓기로 하면서 독립 조직 신설은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당정은 금융위 산하에 증선위와 비슷한 성격의 ‘디지털자산위원회(가칭)’를 신설해 가상자산 업무를 전담케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행 금융위 설치법에 따르면 증선위는 자본시장 감독·조사 및 회계 업무와 관련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다만 위원장은 차관급 공무원인 금융위 부위원장이 겸임하고, 금융위 사무처가 사무국 역할을 수행한다. 금융사에 대한 검사나 불공정거래 조사 등 업무는 금융감독원에 위탁하고 있다.
당정은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증선위에 준해 설치하되 위원장 직위는 공무원으로 한정하지 않고 민간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의 창의성과 자발성이 중요한 가상자산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공무원 대신 민간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선임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금감원에 있는 디지털금융혁신국은 가상자산 관련 업무역량을 높이는 쪽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자산 질서를 조속히 재편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다음달 중 법안이 발의되면 곧바로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시작해 올해 정기국회 내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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