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양대 건설기계 자회사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세계 최대 건설기계 시장인 중국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북미 및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올 3분기에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는 데 성공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748억원, 영업이익 630억원을 올렸다고 26일 잠정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1%, 70.3% 늘었다.
지역별로 중국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반면 북미와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전반에서 매출이 상승해 중국시장 감소분을 상쇄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특히 직수출 시장에서 중남미 국가들과 중동 산유국,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견고한 수요가 지속되며 전년 대비 27% 늘어난 34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딜러망이 잘 구축돼 있는 기존 시장과 달리 신흥국에서의 사업은 통상 직수출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3분기 매출 1조1769억원, 영업이익 747억원을 올렸다고 지난 25일 잠정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122% 늘었다. 신흥·선진(북미·유럽)시장의 매출 증가분이 중국 시장 감소분을 넘어서며 증가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신흥시장 매출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프라 투자 활성화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선진시장 매출도 경기 호조세와 판매채널 강화 및 소형굴착기, 컴팩트 휠로더(CWL) 등 다양한 신제품 출시 효과가 더해지며 20.3% 늘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이 같은 실적 호조세가 4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시장은 인프라 관련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중대형 장비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매월 700대 이상의 수주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신흥시장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의 영향으로 중동 지역 위주로 수요가 늘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역시 당대회 이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부양책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건설기계 시장인 중국의 부진에도 두 회사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올린 배경엔 컨틴전시 플랜 가동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세부 실행방안 수립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회사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 1분기 기준 각각 20%와 12%에 달한다. 두 회사 모두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두 회사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중간 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의 손동연 부회장은 지난 9월초 조영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최고경영자(CEO), 최철곤 현대건설기계 CEO와 함께 낸 공동 담화문에서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 같은 긴박함 때문에 비상경영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 가동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세부 실행방안도 제시했다.
두 회사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업 환경 변화를 면밀히 파악, 사업 전략을 견고히 함으로써 수익성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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