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선택 전략 통한 보령…'성장 신화' 쓴다

입력 2022-10-26 17:46   수정 2022-10-27 10:48

의약품 특허는 신약엔 생명줄과 같다.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는 데다 높은 약값까지 보장받기 때문이다. 특허가 끝난 약은 덩치 큰 글로벌 제약사엔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국내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인 보령이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가는 역(逆)선택 전략으로 ‘캐시카우’와 ‘신규 시장 진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특허가 만료된 약을 사들이는 레거시브랜드인수(LBA) 전략을 통해 관련 부문 매출이 곱절로 늘었다.

○특허 만료약 국내 소유권 인수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전날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폐암치료제 알림타의 국내 소유권을 7000만달러(약 1003억원)에 인수했다. 알림타는 2004년 출시된 항암제다. 2015년 특허 만료 후에도 국내에서 매년 200억원어치 팔리고 있다. 보령이 국내 판권과 유통권, 허가권, 생산권 등을 모두 가져오게 되면서 한국에서 알림타는 보령 제품이 됐다.

국내 제약사가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지급하며 특허 만료 약의 판권을 인수한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하지만 국내 소유권을 완전히 사온 곳은 보령뿐이다. 보령은 2020년 일라이릴리로부터 항암제 젬자의 국내 소유권을 인수하면서 첫 LBA 계약을 맺었다. 2021년엔 일라이릴리의 조현병약 자이프렉사를 같은 방식으로 인수했다. 알림타는 세 번째다.
○항암제·뇌신경계 매출 두 배로 급등
LBA는 단숨에 캐시카우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의사나 환자가 오리지널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오리지널 약은 복제약보다 비싸게 파는 게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LBA는 인수합병(M&A)보다 투자금이 적으면서도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얻을 수 있다”며 “매출을 공유하는 판권 계약보다 장기적 영업이익 확대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보령은 젬자, 자이프렉사, 알림타 인수에 1700억원가량을 지출했다. 세 제품의 당시 연매출은 500억원으로, 3년이면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다. 국내 소유권을 가져오면 마케팅을 제약 없이 할 수 있어 매출 확대에도 유리하다. 보령 인수 후 젬자 매출은 2020년 122억원에서 2021년 171억원으로 늘었다.

신규 시장 진입도 가능하다. 그동안 뇌신경질환 치료제 매출이 거의 없었던 보령은 자이프렉사 인수 후 해당 제품군을 강화했다. 잘 팔리는 오리지널 약을 영업에 활용해 다른 약 판매까지 늘린다는 전략이다.

올해 3분기 보령 매출은 1877억원으로 전년 동기(1583억원)보다 18.6% 증가했다. 항암제 매출은 같은 기간 254억원에서 423억원으로, 자이프렉사 등 뇌신경질환 치료제 매출은 32억원에서 69억원으로 약 두 배로 급증했다. 이 기세를 몰아 2025년까지 뇌신경계 매출을 5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장두현 대표는 “앞으로도 임상 가치를 인정받으며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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